밀린 작업을 하느라
컴퓨터에 앉아있는데...
귓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 하나.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파트 13층까지 들려온다.
몇 개만 하면 끝나는데 마감을 앞두고
기어코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운다.
그 많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 중에
유독 거슬리는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 같아서
사람들은 저마다 목소리가 다르다.
비슷한 목소리는 있을 수 있으나
분명 각각의 특성이 있어 목소리로도 구별할 수 있다.
오늘 내 귓가를 유독 괴롭히던 아이의 울음
그 주인공이 내 아이가 아닌 것을 확인하는 일이
엄마인 나로서는 지금 끝내야 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딸아이들의 보는 <바다탐험 옥토넛>의 어느 편에 보면
어미가 사냥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많은 무리 중에 목소리로 자신의 가족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의 본성이랄까
유독 내 아이의 울음소리에는 예민해진다.
아파트 1층 아래에서 엉엉 울던 아홉 살 딸은
아파트 13층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울음을 뚝 그쳤다.
내가 멀리서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듯이
내 아이도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겠지.
내 귀는 밝은 편이다.
잠 귀는 어둡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속삭임이나
주머니 속 핸드폰 진동, 멀리서 들리는 경보음, 작은 귓속말도 잘 듣는 편이다.
조리원에 있을 때도
많은 아기들의 울음 중에서 내 아이의 울음소리는 정확하게 찾았었다.
만난 지 한 달도 안된 아기의 울음소리가 귀가 박힐 정도니
적어도 소리에 둔한 귀는 아닐 것이다.
엄마의 귀는 언제나 열려있다.
그 속에 들어오는 소리 중에 내가 반응하는 소리가 있고 없을 뿐이지.
어찌 됐든 엄마 귀는 소머즈
우리 딸이 부르면 달려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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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즈 : 1970년대 외화에 나온 주인공 중에 청력이 뛰어난 인물이 나오는데...
귀가 밝고 작은 소리도 잘 듣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쓰는 말..
나 어릴 땐 장난으로 많이 들었는데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적어둠.
(나도 실제로 본 건 아니고, 사람들한테 들어서 알던 단어.
귀가 밝을 때 '소머즈 아냐?'라는 장난이 유행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