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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y 28. 2019

[엄마 일기] 늦된 아이, 학교에 갑니다.

기어코 돌아온 내 아이의 입학식!

학교에 갑니다. 잘할 수 있어요!

2년 간 다녔던 병설유치원을 졸업하고 드디어 첫째 딸이 학교에 간다.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가

아직 아기 같기만 한 내 딸이 이 험난한(?) 학교 생활을 잘 해쳐나갈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12월생인 나의 딸은 태어난 지 만 6년이 되자 학교를 가야 했다.

예전엔 1월생도 있고, 2월생도 있어서 12월생이라고 마냥 늦은 거 같지 않았는데

요즘엔 연도별로 입학이 정해지자 12월생은 정말 늦은 생이 되어버렸다.


엄마인 내가 말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우리 아이는 12월 생이라....'

사실 늦된 아이 콤플렉스는 아이가 아닌 나에게 있었다.

이건 엄마가 지닌 그저 그런 사소한 걱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디 가서 주눅 들지 않게 키우고 싶은 건

아마 대한민국 혹은 전 세계 모든 엄마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하지만 엄마 노릇을 해보니 이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어릴 적 엄마의 부재에 늘 목말랐기에 

내 아이에게만큼은 걱정 없이, 그늘 없이 더 잘해주고만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꽃이며 동물이며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고 또 키우는 것이 복잡하지만 사람만 할까.... 

(나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기준에서 생각한다)



'내 아이의 입학식'

어쩌면 오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이 와버렸다.


아직은 품 안에 끼고 이것저것 가르칠 게 많은데 

벌써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겠다며 떠나는 딸.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데...

엄마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듯하다.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며 엄마의 역할이 쉽지 않음을 다시금 느낀다.


그리 잘해주면 뭐 다르려나 하다가도

그래도 해주고 후회하자 하다가도

이도 저도 아니게 입학이 와버렸다.


시간이 무심하다.

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이를 낳기 전 12월로 돌아가고 싶다.

조금 더 버텨서 1월에 태어났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결론이 나온다.


아이에게 12월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의 욕심 때문에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아직 자라기도 전에 다른 아이만큼 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욕심.


방금 걸음마를 내딘 딸아이에게 자꾸 뛰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은 미안함과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뒤쳐질 거 같은 엄마만의 불안함.

그런 것들이 내 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내 딸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적응할 것이고

그러리라 믿는다.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아이가 자라는 걸 멀리가 아니라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를 믿으면

아이도 그 믿음에 보답하며 천천히 자랄 것이다.


머리로 알지만 늘 실행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기다림.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일..


다른 일은 다 느긋한 데 왜 이런 일에만 유독 부산을 떠는 걸까...

조금 더 천천히..

조용히... 슬로우...

아직은 괜찮아..

잘할 거야. 


아이와 함께 엄마인 나도 이제 엄마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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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아이가 학교가 다닌 지 3개월 차.

아이 입학식을 앞두고 복잡해진 마음에 적어뒀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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