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중 시 해 15화

중고등학생을 위한 시 해석 안내서 14

학교 시험, 수능 시험을 위한 시 해석 지침서

by 덤피free dompea ce

시를 잘 해석하기 위해 필요한 팁


역사와 시




오늘은 그동안 나눈 이야기들을 한번 정리하고 ‘역사와 시’라는 꼭지로 시를 이해하는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덧붙여, 이제 저의 ‘시 안내’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한두 꼭지 남은 것 같네요. 늘 글을 올리면서 여러분들이 제 글을 어떻게 볼까 궁금했습니다. 미약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소설 안내’, ‘고등학교 생활 수칙’ 등으로 주제를 옮겨 또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저의 노력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시는 스토리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에 담긴 ‘화자의 사연’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자, 상황, 사건을 중심으로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겪으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살펴보자는 태도가 시 이해의 첫걸음입니다.


시의 이름표, 제목

시의 스토리를 살펴본 뒤에는 ‘제목의 의미’, ‘왜 이 제목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제목은 시의 배경, 중심 소재, 주제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분리해 두었지만 사실, 시의 스토리와 제목은 한 덩어리입니다. 시의 스토리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제목의 의미나 제목을 설정한 이유 등을 고민하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시는 미를 시답게 형상화한 예술이다.

시의 스토리, 제목 등을 통해 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나면, 시가 지닌 예술로서의 특징 즉 시적 형상화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주

관적이고 추상적인 작가의 '생각과 감정'들이 어떤 표현 방식을 통해 '구체화 객관화'되었는지 이해하는 거죠.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시들도, 설혹 그것이 같은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적 형상화’를 파악하는 것은 그 시만의 개성, 즉 다른 시와의 차별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시를 공부할 거리가 아니라 감상할 작품으로 대하는 것이죠. 그리고 시험에서도 반드시 물어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지향하는가

앞서 말한 일련의 과정은 결국 ‘무엇(=대상, 사건)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알아보는 작업입니다.

예술은, 시는 결국 무엇에 대한 생각과 감정 즉, 미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의 미 즉, 작가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것이냐 아니냐를 스스로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객관식 시험에서는 여기까지 다루지는 않겠죠?


예술이 다루는 미

예술을 '미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일과 그것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시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 행위입니다. 그리고 미를 탐구한다는 것은 미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갖는 일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시를 감상한다는 것 역시 미를 탐구하는 활동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시 ‘해석’ 과정은 시의 스토리, 제목, 시적 형상화를 이해하면서 작가의 미적 판단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시를 ‘감상’하는 일은 해석을 통해 이해한 작가의 미적 판단에 공감할 것인가? 아닌가? 즉 자신만의 ‘미적 판단’을 내리는 활동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시험은 ‘감상’이 아닌 ‘해석’ 위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를 재미없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를 ‘감상’한 학생이 ‘해석’을 묻는 문제를 어려워할 까닭은 없지 않을까요?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 해석을 넘어서는, 자신의 미적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작품의 미가 공감할 만한 것인가 아닌가? 반드시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가? 내가 아는 한 이것은 이런데 왜 저렇게 보는 거지? 라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시 해석은 끝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지식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감상은 해석을 넘어 자신의 미적 지식과 영역을 시험해보고 넓혀가는 일입니다. 말로만 듣던 ‘지적 탐구 활동’에 몸소 참여하여 미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을 해보는 거죠. 저는 이 일이 꽤나 멋져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 번쯤은 해석자가 아닌 감상자가 되어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좋은 감상자'가 되기 위해서 우선 '좋은 해석자'가 되어야 합니다. 시험을 위해서도 좋은 해석자가 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앞에서 시 해석을 위한 팁을 몇 가지 드렸었는데요. 오늘은 그 마지막 팁 ‘역사와 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설움도 넘어서게 달은 밝아

나오는 노랫가락 저절로 읊조리다

찌르르 찌르르

배고픈 소리에

짚신도 벗겨지는 신(辛) 새벽

집으로 뛰는 발은

매운 줄도 모른다


이 시 기억하시나요?

앞에서 시의 스토리 시간에 보았던 시입니다. 우리는 한국 전쟁 기간 중에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을 이 시의 주제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시 어디에도 한국 전쟁과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주제 의식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이 시의 작가와 작품이 창작된 시대적 배경에 답이 있습니다. 작가가 평소 한국 전쟁과 관련된 소재, 주제를 시로 창작해왔고, 시가 발표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한국 전쟁기였다면 시의 주제 의식 역시 전쟁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이렇게 해석하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면 ‘감상’이 아닌 ‘해석’의 차원에서는 전쟁과의 연관성을 시 해석의 기본으로 삼게 됩니다. 교과서에 실리거나 수능 시험에서 다루어지는 시들은 이런 객관적 공감대를 해석의 방향으로 삼습니다. 시험을 대비하는 우리도 우선은 같은 맥락에서 시를 해석해야겠지요?


그런데 조선말에서 현재까지 우리의 현대사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500년 가까이 지속해온 왕조가 시민이 아닌 외세에 의해 해체되었고, 타민족의 지배를 36년간 받았으며, 해방 이후 곧바로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그 이후는 또 어땠나요? 두 번의 군사 정변을 겪으면서 시민들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경제는 급속도록 발전하여 도시와 농촌은 큰 변화를 겪었고, 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눈물겨운 삶, 경제 발전과 문화적 격변 등 다른 나라가 몇 백 년에 걸쳐 겪은 일들을 우리는 길게 봐도 100년 정도의 시간에 다 겪었습니다. 최근에도 대통령이 탄핵되고, 두세 해 전에 정상끼리 손을 맞잡은 북한과 다시 긴장 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바쁜 역사가를 뽑으라면 우리나라의 역사가가 아닐까요?


이런 역사적 변화만큼 우리의 생각과 감정 또한 무수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저만해도 핸드폰을 보면 새삼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컴퓨터가 달린 전화기는 ‘국민학생’의 초과학적(?) 상상의 세계에나 등장하던 물건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을 손에 들고 다닐 거라고는...


우리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변화에 예민한 예술가들은 어땠을까요? 급격한 시대적 변화는 그들에게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아니 반대로 다른 이들보다 시대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던 이들이 예술가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문학가들도, 시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아니 더 그랬을지도.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들은 급격하게 굽이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엇이 미(가치, 선)인지 남들보다 더 깊이 탐구해왔습니다. 그들은 역사의 격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또 어떻게 변화의 물꼬를 터나 가야 할지 고심해왔습니다. 그런 탐구와 고심의 결과물이 바로 작품, 시입니다.


반드시 모든 시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시들은, 적어도 교과서에 실리는 시의 8할 이상은, 우리 사회의 시대상, 역사의 격변, 문화적 급변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우리에게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X세대였습니다. 기존의 인식으로는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고 또렷한 정체성도 없는 세대. 여러분들은 MZ. 저에게 X세대가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에게도 MZ는 가까운 미래에는 낡은 잣대가 되겠죠? 그러고 보면 규정할 수 없는 것조차 규정해야 안심할 정도로 우리는 규정짓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당대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의 지향을 노래해왔던 ‘과거의 시’가 여러분들에게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현대사의 대략이라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보험회사 직원 송일환 씨의 하루 점심값’이, ‘대도둑은 대포로 쏘라’는 만평이 어떻게 시(황지우 <한국생명 보험회사 송일환 씨의 하루>)의 한 구절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해석자가 된다면 여러분들은 좋은 감상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왜냐하면 당대 현실에 토대를 둔 ‘과거의 시’가 지향했던 미래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작가가 지향했던 미래가 우리에게는 이미 과거이니까요. 작가가 그렇게 바라마지 않았던 미래를 우리는 결과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가족과 자신을 희생하는 태도로 조국의 미래를 염원하던 수많은 지사들의 지향을 우리는 광복이라는 결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석을 넘어 시를 감상하는 것은 그들의 시를 통해 우리의 시대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지향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현실과 지향을 나의 현실과 지향과 비교해보는 일입니다.


시를 잘 해석하려면 역사 시간, 사회 시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역사, 사회 과목을 좀 더 잘하려면 문학 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죠? 문학과 역사, 사회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가 '사실과 해석'으로 다루고 사회가 '이론과 공적 가치'로 다루는 내용을 문학은 '개인적 생각과 감정'으로 탐구합니다.


'역사와 사회와 문학'은 한 줄기에서 나온 세 개의 가지입니다. 줄기에 대한 이해 한다면 이 가지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 이 가지에 어떤 꽃이 피는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비유적인 가요? 처음부터 잘 따라온 친구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검색

시와 관련된 당대의 현실은 검색 한 번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나요?

시를 해석하기 전, 중, 후 어느 때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시 외에 다른 문학작품을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시의 스토리를 파악할 때, 화자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창작 당시의 현실은 화자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 시의 스토리를 비롯해 시 해석의 일련의 과정은 시의 주제 의식에 맞닿아 있습니다. 시의 주제 의식은 시의 지향을 말해주고요. 지향은 현실을 토대로 형성됩니다. 지금 현실이 이러하니 이러한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죠. 따라서 당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이 시가 왜 이런 지향을 갖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일의 출발점이 되어 줍니다.


우리 역사, 사회 시간에도 좀 더 귀를 쫑긋 세우자고요.

문학 시간은 초집중!


처음 이 글을 쓸 때 욕심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이번 글은 좀 지나친 감이 있네요.


저는 궁극적으로 여러분들이 좋은 감상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해석자가 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객관식 시험을 위해서는 좋은 해석자에 머무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정말 한두 꼭지 남았습니다.

힘내세요.


다음 시간 꼭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될지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keyword
이전 14화중고등학생을 위한 시 해석 안내서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