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아름다움의 추상성’과 ‘시적 형상화(+객관적 상관물)’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감정이 다르듯, 미(美)에 대한 관점도 사람마다 서로 다릅니다. 이를 ‘미의 주관성’이라고 한다고 했죠?
이렇게 미는 생각과 감정에 의해 포착되고 형성되는, 정신적 활동의 산물(내적 활동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미는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추상적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감정이나 생각이 구체적이고 형태를 지니고 있지는 않잖아요? 이를 ‘아름다움(미)의 추상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의 주관성, 추상성’으로 인해 우리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내가 포착한 아름다움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의 곤란함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했죠? 그리고 이런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인간은 심리적 답답함을 넘어 괴로움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미의 추상성, 주관성'으로 인해 자신이 탐구한 미를 온전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일이 꽤 어려운 일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3년 간 사귄 연인과 헤어졌다고 해봅시다. 슬프고 괴로운 심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려고 할 때, 그 마음을 오롯이 다 전달할 수 있을까요? ‘말로는(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 또는 ‘글로(말로) 이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란 말은 이럴 때 나오는 표현입니다. 그 이유는 그 슬픔 역시 주관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이죠.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타인에게 오롯이 전달되지 못하고 이별은 오롯이 자신만의 아픔이 되어 버립니다.
‘바람에 쾅! 닫히는 문에 새끼손가락이 끼었다.’
어떤가요? 생각만 해도 아프죠?
‘지금 내 마음이 그래.’
어때요? 이별을 겪은 친구의 마음이 좀 더 와닿지 않나요?
‘지금 죽을 것처럼 슬퍼.’보다 ‘문틈에 끼인 손가락’에 우리들 마음이 좀 더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 맞습니다.
바로
공감
‘슬프다’ 보다는 ‘아픈 손가락’에 우리는 더 쉽게, 더 잘 공감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공감이 ‘타인의 슬픔에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픈 손가락이 더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주관적 감정을 객관적 대상이나 상황으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타인은 이별한 사람이 얼마나 슬픈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틈에 끼인 손가락’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본 아픔(공감 가능한 아픔)입니다. 그래서 아픈 손가락에 더 큰 아픔을 느끼는(공감)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이유는 슬픔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상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슬프다, 괴롭다, 아프다'라는 감정은 추상적인데 비해 '아픈 손가락'은 구체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내 것으로 떠올려 보기(공감)가 훨씬 더 쉽습니다.
정리하면,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대상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이나 상황으로 전환하면 타인의 공감을 더 잘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미’ 역시 타인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객관화,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예술(문학)에서는 ‘형상화’라고 지칭합니다. 형상화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미'를 누구나 알 수 있는(객관화) 일정한 모양 또는 대상(구체화)으로 바꾸거나 빗대는 일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표현 방법’에 따라 예술의 영역이 나뉜다라고 했죠? 그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미를 소리로 형상화한(표현한) 것이 음악, 선과 색으로 형상화한것이 미술,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 문학입니다
자, 그럼 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객관적 상관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끌어들인 ‘문틈에 끼인 손가락’, 이것을 우리는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부릅니다. 표현하는 ‘나’와 내 표현을 감상하는 ‘너’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기에 객관적, 내가 전달하고 싶은 아픔, 슬픔과 연관된 대상이기에 상관물이라고 부른다고 이해하면 돼요.
내가 탐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타인의 공감을 얻으려면 형상화를 잘해야 하고, 형상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상관물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표현하고자 하는 미와 객관적 상관물이 반드시 같은 감정이나 생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소월이 노래한 '진달래'는 봄날의 아름다운 꽃이지만, 이별의 한을 표현하는 객관적 상관물이 되기도 합니다. 진달래꽃을 보며 사랑을 속삭였던 이에게 그 꽃은 봄마다 피어나는 핏빛 아픔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이브, 연인들로 북적이는 명동의 카페에서 이별한 내 마음처럼요. 기뻐하는 타인들 속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픔은 너무너무 아프겠죠? 중요한 것은 시에서 '무엇을 객관적 상관물로 끌어들였느냐, 이를 통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화, 객관화하고 있나' 우리는 이것을 파악해야 하는 겁니다.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바로 객관화, 구체화 즉 '형상화하기'가 빼어난 작품들입니다.
우리는 작품에 나타난 객관적 상관물이 화자의 어떤 생각, 어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화자의 생각이나 감정은 화자가 지닌 사연 즉, 시의 스토리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의 스토리부터 알아보자고 한 거예요.(복습 한번 하세요.)
여기서 팁 하나 드릴게요.
시에서 ‘감정이입’, ‘감정이입의 대상’등의 용어를 많이 보았죠? 시험에도 자주 출제되고요.
근데 학생들이 '감정이입과 객관적 상관물'을 꽤나 헷갈려합니다.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객관적 상관물 중 객관적 상관물로 하여금 화자의 감정을 대신 노래(말)하게 하는 표현 방법이 '감정이입'니다. 감정 이입의 표현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 끌어들인 객관적 상관물은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는 거죠.
시에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끌어들인 구체적, 객관적 대상들은 모두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유를 위해 객관적 상관물을 끌어들이면 은유법, 직유를 위해 끌어들이면 직유법, 감정 이입을 위해 끌어들이면 감정이입(법)이라고 합니다. 객관적 상관물을 끌어들이긴 했는데 특별한 수사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냥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너의 눈은 바다 같다'라는 표현은 '바다'를 객관적 상관물로, 직유법을 표현 방법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수업시간에는 이를 두고 '비유법으로 직유법을 사용했다.'라고 배웁니다. (수사법은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의 수사법’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좋은 자료가 많습니다. 참고서에도, 인강에도 정말 잘 나와 있어요. 제 글이 또 다른 '공부할 거리'가 되질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수사법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더
우리 앞서 핵심정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기억하시죠?
핵심정리에 ‘표현상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다면 형상화 방법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들은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거나, 공감할 만한 주제(아름다움=가치=미=선)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시들보다 빼어나게 형상화한 시들입니다. 그래서 시험 문제도 주제와 형상화에 대해 자주 묻습니다. 이 시가 다른 시보다 어떤 면에서 형상화가 잘되었는지를 물어보는 거죠. 핵심정리의 ‘표현상의 특징’은 바로 그 형상화 방법을 정리해둔 것입니다. 시를 감상할 때, 이를 염두에 두고 '형상화의 방법, 형상화한 생각과 감정'을 잘 학습하면 시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해봅시다.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미를 표현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시인은 여러 구체적 대상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이를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객관적 상관물을 이용하여 미를 표현하는 것을 형상화라고 한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자주 듣는 ‘시적 형상화’라는 말은 형상화를 ‘시답게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시답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이는 시가 다른 문학 장르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질문과 동일한 질문입니다.
시는 ‘누군가(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특정한 ‘사건’을 겪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감정’을 ‘압축된 언어’로 ‘형상화’ 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이 중 ‘누군가’ ‘상황’ ‘사건’ ‘자신의 생각, 감정’(=아름다움=미=가치=선), ‘형상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압축된 언어 형식’만 남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시답게 형상화하기’를 '압축된 언어형식'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