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 공감 에세이] 엄마는 말이야

by 류혜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가 그 말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 왜냐구? 엄마가 외할머니한테 자주 하는 말이거든. 얼마 전 70이 넘은 외할머니가 내게 전화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했단다. 그런데 사실, 그 말은 엄마가 아주 어릴 때부터 했던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네가 그 말을 하게 되었니? 혹시 엄마한테 배운 거니?


아마도 네가 다 컸다는 뜻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너도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는데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니 귀찮았겠지.


참 희안해. 엄마가 되면 말이야. 자꾸만 잔소리를 하게 돼. 물론 다 너를 위한 잔소리라 생각하고 하지. 듣는 너는 너무 괴로울 텐데 말이야.


엄마가 청소년기 때 유행했던 노래가 있어.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라고 하는 내용의 노래야. 지금은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어릴 때는 얼마나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모른다. 정말로 어른들은 내 마음을 너무나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았거든. 또 이승환이라는 가수의 '가족'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라는 가사가 있단다. 그때 그 노래를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정말로 부모님 마음에 쏙 들어서 혼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혼이 났거든. 물론 그때의 나는 혼났다고 생각하는데, 외할머니께 물어보면 '다 너 위해서 한 말'이라 하실 거야. 그래, 그런 거야.


그랬던 내가 이제는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그 때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때의 나를 떠올리며 반성하는 것은 아니야. 정말로 그때 엄마는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알고 싶었거든. 또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어색해서 잘 되지 않았지. 그랬던 내 마음, 혹시 지금의 네 마음이니? 너도 엄마아빠 마음에 들고 싶은데 자꾸만 혼나는 소리만 들어서 속상한 거니?


만약 그렇다면,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어. 엄마는 우리 아들을 혼내고 싶어서 잔소리 하는 게 아니야. 정말로 어른으로서 알려주고 싶어서 말하는 것들이거든. 그런데 예전의 나를 소환시켜 보니 그 자체가 스트레스고 잔소리로 느껴지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엄마를 이해해달라고는 못하겠다. 엄마 또한 청소년기 때, 외할머니가 엄마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지금까지도. 이건, 부모와 자식이 서로 가져가는 오해의 감정인 것 같아.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세대차이? 오해? 뭐 이런 말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미묘한 감정들이 쌓여 가지. 그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인 것 같아. 대화를 할수록 다정다감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싶기 보다는 그냥 '아, 예... 알겠습니다.'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 말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서운한 말이었어. 그런데 이제는 네가 점점 더 커 가고 있고, 내 품을 떠나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

그래, 떠나야지.

키가 크는 만큼 마음도 커져서 부모 품을 떠나야 크게 되지. 엄마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까먹고 서운해 했구나.


아들!

알아서 잘 해낼 우리 아들!

엄마는 알아서 잘 해낼 너를 기다리고 믿을게. 기도할게. 그것만이 너에게 진짜 도움임을 아니까.



2022년 7월 8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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