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할 필요가 있었을까?

[엄마공감에세이]엄마는 말이야

by 류혜진

엄마는 말이야.

가끔씩 너무 부끄러워.


오늘도 그래, 네가 방학숙제를 모른다고 했을 때 그토록 정색을 하고 큰일이 난 것처럼 화를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


정색하는 내 표정을 보고 네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고도 애써 모른 척했어. 어떻게든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었거든. 사실 별 일 아니기도 하지. 무섭게 화를 낸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방학숙제를 모른다고 한 네가 잠깐이지만 참 미웠어. 꼰데 같은 발상일 수 있지만, 학생이 어떻게 숙제를 모를 수 있는지..... 방학식 날 나눠 준 알림장을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싫었어.


네가 남의 자식이라면 '잃어버릴 수도 있지. 나도 예전에 그런 적 있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단다.'라고 말했을 거야. 그런데 네가 내 자식이잖아. 내 자식은 실수를 덜 했으면, 난감한 상황을 덜 직면했으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 있는 건데 말이야.


미안해, 아들.

잠시지만 네가 미웠고, 정색하는 나 자신도 미웠어.


이렇게 마흔이 넘은 엄마는 여전히 감정 조절이 안되고, 가끔씩 어른답지 못한 언행을 하고는 해. 이런 내가 참 한심할 때도 있어. 조금 더 너를 이해해주고 포용해주는 어른이면 좋겠다는 자책감도 생기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같은 흔한 말, 너무 하기 싫어.

그냥, 나는 네게 엄마다운 엄마가 되고 싶어. 그런데 그게 잘 안될 때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해.

내려놓으려고 참 많이도 다짐을 하는데, 잘 안되네.

너는 내 자식이기도 하지만, 너만의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과도한 관심과 애정은 독이 되지.

너에 대한 사랑도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열 가지 중, 두 가지만 하려고 노력해.


놀랐지?

그 많은 잔소리들이 사실은 열 개 중 두 개라는 사실이...^^


아무튼, 별 일 아닌 것으로 정색하는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

방학숙제가 무엇인지 모르면 어때, 친구한테 물어봐서 어떻게든 해가면 되지.

안 그래, 아들?


해결 가능한 일 앞에서 정색하고 화가 나는 엄마를 이해 부탁해.

엄마도 너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할게.


진짜 사랑은 이해하며 바라봐주는 것, 맞지?


너에 대한 사랑이 커져 잔소리가 많아질 때마다 엄마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 지켜봐 주는 연습을 하도록 할게.


사랑한다. 아들.


- 2022년 2월 7일, 정색하지 않을 엄마가-



p.s.

어쨌든, 방학 숙제는 해 갈 거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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