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셋, 유치원 보내지 않기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다섯 살 된 아이가 배를 쑥 내밀며 다가왔다.
"엄마, 배가 많이 나왔어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변 보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그래서 온갖 칭찬과 초콜릿으로 유혹해 변기에 앉힌다.
"화장실 갈까?"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귤 먹을래?"
귤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계속 먹이면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귤 하나를 꾸역꾸역 먹던 녀석이 갑자기 한숨을 쉰다. 하나를 다 먹지 못하고 내려놓는다.
아이는 한숨을 두어 번 더 쉬다가 당장이라도 '먹은 것을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비위가 약해서 그러려니, 넘겼다. 그런데 연거푸 그런 행동이 이어졌다.
결국, 거실에 '먹은 것을 모두 확인' 해놓으셨다.
아이를 키우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그러나 막상 그것들과 마주했을 때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 옷을 벗겨, 씻기고 그 참사의 현장을 정리했다.
그 날 저녁, 아이는 두 번을 더 같은 행동을 했다.
어느새 나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리고 반성을 한다.
'추운 겨울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줘야겠어'라고.
다음 날, 아이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어나 놀고 있었다.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데, 아이 눈가에 실핏줄이 터져 있다. '먹은 것을 확인'할 때, 너무 힘을 쓴 탓이다.
스케줄표를 보니, 오늘따라 일이 많다. 참 희한한 일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많을 때 아이가 아프다. 일 없이 노는 날도 많은데 하필이면.
아이의 실핏줄과 스케줄표를 번갈아 보며 깊은 번뇌에 빠졌다.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했다.
그때,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네 마음이 편하겠어?'
결국,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편을 택했다.
다행히도 나는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다행히도 아이는 레고를 좋아한다.
일하면서 아이가 하는 말에 대답 해주느라 집중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뿌듯함이 차올랐다.
'그래, 이거야 이거. 이러려고 내가 재택근무 하지. 이러려고 내가 이 직업을 택한 거지.'
만약, 꼭 출근해야 하는 직업이었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속이 편한 음식이 점심 메뉴로 나오길 기도했을 것이다.
그 날, 아이 속에 좋은 된장 죽을 점심 메뉴로 만들어주었다.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는, 눈부신 아이의 미소에 나는 그만 녹아버린다.
행복하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