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하나, 한 잔의 라떼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은 짙은 회색이고, 바람은 당장이라도 나무를 쓰러트릴 것처럼 무섭게 달려든다.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 확인을 하는데, 기다리던 원고 요청 메일이 없다. 입맛이 쓰다.
무심코 앞에 놓인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는데, 쓰디쓴 아메리카노다. 구수하고 풍부한 향으로 사색의 세계로 인도하던 아메리카노가 쓴 오늘을 더 쓰게 만든다.
'그래, 라떼를 마시자.'
얼마 전,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온 라떼가 생각났다. 시식으로 한 잔 마셨는데, 유명 커피숍에서 마시는 라떼 못지않은 맛을 품은 녀석이었다.
스틱 속 가루로 존재하고 있는 라떼를 머그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분위기라도 내자는 생각에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듯 둥글게 원을 그리며 물을 부었다.
뽀르르...
라떼 가루들이 뜨거운 물속으로 힘없이 녹아내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스푼으로 정성스럽게 저은 뒤, 창가에 서서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후~ 후~ 불어가며 라떼를 마시니, 온몸에 따뜻함이 감돈다.
창밖으로 또 바람이 무섭게 불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된 여자 아이 두 명이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한참 하늘을 바라보다가 경비실 옆 빗자루와 쌓아놓은 상자들을 안으로 들여놓으신다.
자동차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신호를 기다린다.
후~ 후~
라떼를 마시며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 나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모니터를 바라본다.
한글 프로그램을 더블 클릭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참 운수 좋은 날이다.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으니!
한 잔의 라떼가 기쁜 나로 살게 해 주었다.
한 잔의 라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