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열다섯, 자유하는 법을 알아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답답하다. 가끔씩은 유체 이탈한 사람처럼 '내가 왜 여기 있나?'를 생각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 둘을 볼 때면, '너희들은 누구니?'라고 말해도 될 것 같고 정다운 남편의 얼굴이지만 '우리가 왜 같이 살고 있어?'라고 묻고 싶다.
미친 것은 아니다. 그냥 가끔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겉모습은 늙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 중후반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왜 하필 그때일까? 또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화려했던 시절이어서 그런 것 같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다 보니 또 조금 쓸쓸해진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먼저 전화하기도 싫다. 이제는 통과의례처럼 묻던 '언제 한 번 봐야지'라는 말도 못 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가끔 먼저 전화해주는 친구가 새로운 인사를 건넨다. '하루, 하루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말이다. 그 인사를 듣고 조금 울컥했다. 차라리 빈 말이라도 '언제 한 번 보자'고 했던 시절이 그립다. 얼굴 보고, 함께 무엇인가를 먹는 것조차 서로에게 실례가 될까 고민하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훗날, 이 또한 역사가 되고 추억이 될까? 그때는 그랬다며 격하게 공감하고 서로 침 튀기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 수 있는 그 날이 다시 올까?
분명히 그런 날이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안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는 영광의 그 날)
매주 수요일마다 모이던 모임이 멈추었고, 일 년에 한두 번이지만 만나던 친구들과의 왕래도 멈추었다. 그때는 바빠서 못 만났는데,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늘 하는 레퍼토리가 '그때가 좋았지'인데, 나도 모르게 '그때가 좋았다'는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정말이다. 그때가 좋았다.
숨을 마음껏 내쉬고 들이마쉬는 것도 소중한 것이 되어버린 요즘, 어쩌면 조물주께서 감사하지 못하고 방종하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하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 또한 그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많은 것을 갖고 누리면서도 나만 힘들고 부족하다고 불평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지금의 행복을 보지 못할까? 왜 더 높은 것을 갈망할까?
성악설처럼 인간은 본래 악하게 태어난 것일까?
나는 본래 즐겁게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만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누구도 대답해주지 못하는 질문들만 떠올린다.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해 줄 분은 인간을 창조하신 조물주뿐이기에. 그리고 그분은 결코 명쾌하게 답해주지 않고 삶 속에서 깨닫길 원하시는 분이기에.
악동뮤지션의 '뱃노래'를 즐겨 듣는데,
'손발이 모두 묶여도 자유하는 법을 알아/ 뱃노래 뱃노래 / 외로움을 던지는 노래 / 몇 고개 몇 고개의 / 파도를 넘어야 하나'라는 구절이 있다. 애절하게 부르는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가슴도 아려온다.
꿈 많던 20대의 내가 꿈꿨던 미래는 지금처럼 불명확하고 불안한 상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명확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며 사는 삶이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내 손과 발을 붙잡고 있는 그 소중한 것들을 매정하게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자발적으로 내 손과 발을 묶어버린다. 그 누구도 내게 강요하지 않지만,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내 손발을 풀어줄 수도 없다. 다만, 견디고 있다. 이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면역의 시간일 수도 있기에.
손발이 모두 묶여도 자유하는 법을 안다는 '뱃노래' 가사처럼, 나름대로 글을 쓰고, 나름대로 맛있는 것을 먹고, 나름대로 조물주에게 응석도 부리며 살아간다. 그것이 지금 내게 허락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자유'다.
길고 긴 외로움이 지속될 것을 알고 있는 나와 우리는 이 힘든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기쁨과 자유를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혹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당신의 삶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누리길 바란다.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