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열여덟, 다시 여기 바닷가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by 류혜진

남편의 휴가,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는 남편과 내 눈만 바라본다. 당장 어디든 떠나자고.

갈 곳이 없다.

아니, 실은 어딘가로 떠날 것이라는 계획조차 없었다.


"엄마, 우리 어디 안 가요?"

"응, 안가, 아니 못가. 이 시국에 어디를 가? 코로나에 장마까지 겹쳤는걸"

말해놓고 미안하다.


큰 아이는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둘째 아이는 레고만 부셨다 만들기를 수십 번 반복 중이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영화에 빠져 있다.


여름휴가

여름방학


참, 설레는 단어인데 전혀 설레지 않는다.

나는 그 단어들이 많이 부담스럽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콘텐츠로 그들을 만족시켜야 할 것 같은 부담..


오후 1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무엇을 먹어야 그들이 기뻐할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탄산수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그쳤다. 해가 살짝 보이려 한다.

혹시, 몰라 큰 아이에게 대천해수욕장 날씨를 검색해보라고 했다. 오늘, 내일 비가 오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떠나볼까?


'모두들 장마라 집에 있을 확률이 높을 테니, 해수욕장에 아무도 없지 않을까?

혹시나 일기예보가 틀려 비가 온다면? 드라이브 한 셈 치지 뭐.'


"그래!~ 가자!! 모두 짐 싸!!!!!"


그렇게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입은 옷 그대로, 갈아입을 옷만 챙겨 차를 탔다.

그리고 아이 둘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우리는 지금 드라이브 가는 거야. 비가 오면 그냥 돌아올 수도 있어."

라고 말이다. 혹시나,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도록.

다행히도 차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편의점에 들러, 좋아하는 음료와 간식거리도 샀다. 먹는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우와, 비 많이 왔다. 다리가 넘치려고 하네?

우와, 다시 해가 떴어. 우리 오늘 정말 물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와, 이 과자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어. '


하하호호~ 우리의 패밀리카는 웃음으로 넘쳐났다.


그렇게 도착한 대천해수욕장!

과연,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 장마 기간이라 모두 대천해수욕장 쪽은 생각도 안 한 것이다.


모두 다 뛰어들어!!!



그렇게 우리 네 가족은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신나게 놀았다.


2020년, 올해는 이런 즐거운 물놀이가 없을 줄 알았다.

바닷가? 꿈도 꾸지 않았다.

'코로나에 장마까지 겹쳤는데, 어딜 가? 집에 콕 박혀 있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세상은 틈이 있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틈.

장마기간, 해수욕장이라는 틈!!

물론, 일기예보가 갑자기 바뀌어 해가 뜨는 행운이 작용했다.

우리 가족 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도 남을 만큼의 거리가 유지되었다.



해가 지는 바닷가에 홀로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모래놀이하는 아이들 사진도 찍어 주고, 남편과 셀카도 찍었다.

그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나는 하염없이 행복했다.

이 기쁜 날을 허락해주신 조물주님께, 나는 무한 감사를 드렸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 깨우쳤다.


계획하지 말자.

기회 있을 때 놀자.

변수는 있다. 그 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라고 말이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눈이 하트가 되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시 또 떠날 거라고.


기쁘게!

우리는 기쁘게 살도록 세팅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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