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열아홉, 위하여!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by 류혜진


가슴에 무거운 돌 하나 얹은 기분으로 살았다.

좋아하는 책도, 글쓰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삼시 세끼 밥 차리는 것만이 오로지 나의 일이었다.

INTJ,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 집순이로 있을 때 제일 편안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오로지 '나'로 존재하지 못하는 집순이는 더 이상 편안하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줄 안다.

이 소중한 아이들, 괜히 밖에서 코로나에 노출되는 것보다 우리끼리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학교? 유치원? 등교 못 해도 불만 없었다. 불안하게 그곳에 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끼고 있는 편이 편했다.


그러나, 끝이 없는 여정에 집순이에 INTJ인 나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 무료했다. 무엇보다 자의가 아닌 타의 아니 사회적 눈치로 집에만 있는 현실이 이따금씩 숨 막혀 왔다. 6학년 첫째는 하루 종일 학교 온라인 학습과 인터넷 강의로 앉아만 있었고 6살 아이는 이런저런 동영상을 코로나 이전보다 몇 배로 보고 있었다.


딱히, 방법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이따금씩 말을 걸어 주고, 한글 가르치기와 책 읽기 뿐이었다. 잘 놀 줄 아는 엄마였다면 이보다 덜 지루한 집콕 생활이었을까? 문득, 문득 반성도 해보았다.


끝이 없는 일상, 그러나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리라 이를 갈았다.

일부러 밖에 나가 자전거를 태우고, 일부러 차를 태워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던 며칠 전, 또다시 좌절에 빠졌다. 공부하는 첫째를 집에 두고, 둘째만 데리고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는 몇몇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 역시 유치원에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둘째는 아이들이 놀이터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즐겁게 뛰어갔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이에게 대뜸 '너, 나랑 친구 할래?'라고 했다.


세상에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박력이다.


나도 모르게 머리에 진땀이 나고, 그 아이가 제발 '좋아!'라고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이는 어쩔 줄 모르며 다른 곳으로 쪼르르 가버렸다.


둘째는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 나 유치원 가고 싶다'


울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줄 수도 없는 이 답답한 현실, 내 새끼가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데 유치원에서는 오지 말라는 이 상황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미친 여자처럼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검색하고 전화했다. 당장 따지고 싶었다. 왜 맞벌이하는 부모의 아이들만 유치원에 나올 수 있느냐고! 과연 이 상황이 정당한 것이냐고!


지친 목소리의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참고, 괜히 안부를 묻고 최대한 정중하게 언제쯤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추석 이후, 확진자가 그리 많지 않아 전면 등교를 고려 중이란다.

지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선생님 또한 이 얼마나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계셨는지 알기에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아이를 데리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놀이터를 순회했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날 밤, 잠든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이 상황에 아이가 상처 받지 않게 해 달라고, 부디 아이가 잘 견디게 해 달라고.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 같아, 자주 나가지도 않던 내가 강제로 못 만나게 하니, 이제는 사람이 그립다. 사람과 대화하며 웃고, 함께 먹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풍요롭게 하는 장치였음을 이제야 알게 된다.


사춘기가 올락 말락 하는 6학년 아이도,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며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남편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매는 나도, 유치원에 못 가 슬픈 6살 아이도 참 안쓰럽다.

우리뿐일까.. 모두 그렇겠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행위가 매우 중요한 내가 그것들을 놓아버렸고, 한창 진행 중이던 몸 관리도 놓아버렸다. 내 몸은 이전보다 더욱 커졌고, 내 감성과 지성은 죽어버렸다.
먹어도 먹어도 마음이 허한 것은 내적으로 채우지 못한 탓일까?


다시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써본다. 오늘은 저녁을 적게 먹고 실내 자전거로 300칼로리를 소비했다.

신기하게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 나 먼저 챙기자. 나 먼저.
나를 먼저 세우자. 나 먼저.
내가 망가지지 않아야, 우리 가족이 산다.
내가 똑바로 가야, 우리 가족이 똑바로 간다.


다시 책 읽고
다시 글 쓰자.
다시 식단관리하고
배우고 싶었던 유튜브 편집도 배워보자.




그래, 그렇게 다시 해보자.


기쁘게 살아갈 나를 위하여.



우리 모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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