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점 하나는 홈스테이에 한 살짜리 아기 키라(Ciara)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 살 아기가 모국어인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더듬더듬 알파벳 소리부터, 단어표현, 그리고 문화예절까지 집에서 홈스테이 맘이 직접 가르쳐 주었다. 홈맘이 캐나다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그 당시에는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웠던 기억이 난다.
키라는 한 살이어도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엄청나게 열심히 말을 했다. 밥을 먹다가 양손 주먹을 쥐고 부딪히면 = more 이라는 뜻이었다. 홈맘이 귀신같이 알아듣고 단어를 알려준다. “you want more?”하면 키라가 따라한다 “m,, m,, more”.
저녁을 먹다가 홈맘이 키라에게 더 먹을래? 라고 물어본다. 키라가 No! 라고 대답하면 ”No thank you.”라고 아주 단호하게 또박또박 알려준다. 키라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No thank you”가 붙을 때까지 100번도넘게 말이다. 우리 문화에서 육아할 때 가정에서 예의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키라는 mommy, Thanks, more 같은 단어부터 천천히 배웠다. 처음에는 옹알이로 옹알옹알 하는게 우리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와 같았다. 우리나라 아기들이 엄마, 엄마, 아빠, 아빠 하며 말하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영어를 배우는 첫 단계를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캐나다인은 네이티브니까 태어날 때부터 영어를 잘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키라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옹알이부터 더듬더듬 배우는게 나랑 똑같았다.
이 아이들도 완벽하게 영어를 잘하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건 아니구나!
한 살짜리 아이의 귀여운 옹알이는 마치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처음부터 배우고 있는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캐나다인이든 한국인이든 누구에게나 처음의 영어가 있다. 더듬더듬 그리고 천천히 배우는 거였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루아침에 잘하는 사람은 없다. 빅토리아에 있을 때 나도 마치 한 살짜리 아이처럼 움파움파 영어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영어를 못한다는 수치심을 더이상 느끼지 않았다. 모든 상황에서 영어를 알고싶어하는 한 살짜리 아이가 되기로 했다. 귀로 들리는 사운드를 그저 소리로 느껴보고 처음 듣거나 못알아듣는 게 있다면 그저 반짝반짝한 눈망울로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