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 랭귀지센터(UVIC Language center) 에는 각국에서 대학생들이 모인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남미에서 오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특이하게 캐나다에서 왔다고 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엥? 뭐지? 처음에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캐네디언이 맞았다. 퀘백에서 온 고등학생, 대학생이였다. 캐나다는 국가 언어가 2개다. 불어, 영어. 그리고 퀘백은 불어를 쓴다. 그래서 불어는 할 줄 아는데 영어를 모른다. 버벅버벅, 우물쭈물 말하고 있는 서양인을 보면서 신기했다. 나만 20대에 영어 옹알이를 하는 게 아니라니. 속으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스물 세 살, 나에게 영어는 ‘대단한 것’ 정답을 찾아 ‘쟁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답안지의 해설을 읽으며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어했다. 거창한 학문연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언어학 박사가 될 계획은 없었다. 그저 나의 삶에서 영어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느낀 영어는 조금 달랐다. 마트에서 캐셔가, 버스기사님이, 학교 시설 안내자가, 교수님이 영어로 뭐든 말을 하는데.. 나는 바디랭귀지로, Okay 와 No로 모든 의사전달을 했다. 달달 암기했던 단어는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그냥 매일 입에 붙는 말만 계속 했다. Hi How are you, I’m good
문장이고 뭐고 당장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아,, 어떡하지,,” 하다가 이제는 그러려니.. 가 되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그냥 몸이 반응하는대로. 가장 단순하게 답하는 거. 거기서 시작했다. 못알아 들어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무슨 상황인지 때려맞출 수 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적응하기로 했다. 내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상대방 표정이 얹짢으면 미안하다고 하고, 상대방이 즐겁게 말을 건네면 나도 즐겁게 Hi~ 인사를 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튀어 나오는 그런 반응이었다.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뭐 상대방도 얼추 알아들었으면 그걸로 됐다.
속으로 혼자 ‘이 표현이 맞나? 문법이 틀리면 어떡하지?’ 파들파들 할 새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무대포가 되었다. 그렇게 가벼워지기로 하고 또 가벼워지기로 했다.
Okay, No thanks 만 해도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