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영어를 배울 때 고통스러웠던 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었다. 나와 맞지 않는 방식으로 학습을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지 않은 아이였다. 넓은 공간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다. 매일같이 운동장에 분필로 땅따먹기를 그리거나 달팽이놀이를 그리고 꺄아 외치며 놀았다. 만약 그 때에 운동장에서 몸을 움직이며 영어수업을 했더라면, 만약 그 때 율동을 하며 영어 노래를 불렀더라면, 만약 그 때 점프를 하며 그림을 그리며 수업을 했더라면 나는 정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신이 있는 아이였다. 영어 교수법 중에 TPR(Total Physical Response) 이 나에게 가장 맞는 방식이 아니었다는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많다. 너무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배우는 방식에 정답이라는 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는게 학습효과가 좋을까? 어느 학원이 좋은지, 어느 학교가 좋은지보다 우리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를 잘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말하기가 제일 쉽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고, 혼자서 책읽는게 제일 편한 친구, 그림그리거나 쓰는게 좋은 아이들도 있다. 아무리 좋은 학원의 커리큘럼이라도 우리 아이와 속도가 맞지 않으면, 방식이 맞지 않으면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런 환경에선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과거의 영어교육은 체계적이고 완벽한 교육과정처럼 보일지라도 큰 구멍이 있었다. 학습대상자가 ‘어린이’라는 것이다. 그걸 간과한 시스템은 현장에서 삐그덕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나이는 6, 7, 8, 9, 10세, 선생님들이 가장~ 싫다고 학을 떼는 나이다. “나는 초딩은 못 가르치겠어.. 차라리 중고등 애들 수업이 백배 낫지.” 라고 말하는 내 지인 선생님들도 많이 있다. 아이들이 말을 안듣는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말을 몇 번을 했는데 못알아듣는다고 무작정 화를 내기만 하면 어렵다. 유아기, 아동기 아이들의 특성, 그들의 발달시기에 맞게 나타나는 특징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7세 여아는 청각이 발달되어서 소리를 잘 듣고 캐치하는 반면 7세 남아는 귀가 잘 발달되지 않는다. 선생님이 말한 소리를 일부러 안 듣는게 아니라 정말 못 듣는 거였다. 대신 시각적으로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면 효과가 좋다.
어쩌면 어릴적 내가 받았던 수업은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다. 하기 싫으면 온 몸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그냥 눈에 보이는게 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뚱한 얼굴을 한다면 재미없다는 뜻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하기 싫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