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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르게 가르칠거야

by 조이제주

‘테솔 듣기 말하기 지도법’, ‘테솔 읽기 쓰기 지도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실제 아이들에게 어떤 수업을 할지 각자 수업플랜을 하고, 액티비티를 구상한다.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는건 가장 즐거운 일이였다. 어떤 수업 분위기를 만들지, 어떤 자료를 활용할지, 어떤 재미난 예시를 가져와 아이들에게 공감을 살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한 시간 수업을 통째로 내가 디자인하는 느낌이랄까. 이 한 시간은 아이들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어시간이 될수도, 인생을 바꿔놓을만한 특별한 시간이 될수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영어를 재밌게 바꿔주기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본다. 그리고 수업 전체에 녹여낸다.


티칭수업에도 중간, 기말고사가 있다. 우리의 시험은 이렇다. 초등 4학년 아이들이 앞에 앉아있다 생각하고 4-2학기 영어수업을 짠다. 학습목표에 맞게 레슨플랜, 티쳐스톡, 워크시트를 만들어 시범강의(micro-teaching)을 하는 것이다. 시범강의를 하면서 미래에 만날 아이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미래의 아이들은 더이상 문법을 달달 외우며 답을 외워서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낡은 교육방식으로 영어를 배우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거야! 절대 정적이 흐르는 교실에 선생님 혼자 칠판 판서를 하는 그런 수업은 없을 거야!” 아주 강한 확신이 생겼다.


사명감을 가지고 수업연구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은 새벽 2~3시까지 레슨플랜에 관해 통화를 해주셨고 티칭지도를 해주셨다. 한 학기 내내 교수님과 같이 울고 불고 밤을 새며 시범강의를 준비했다. 영어 통역수업에서는 언제나 쭈그리가 되었지만 영어티칭 수업에서는 달랐다. 나만큼 티칭을 여유있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아이들의 언어를 알아듣는 건 내가 가진 강점이였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주희는 교실 앞에 서면 딱 눈빛이 달라져, 교실을 휘어잡는 힘이 있어” 라고 하셨다. 실제로 그랬다. 교실 앞에 서면 나는 정말 살아있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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