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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누나 Jul 24. 2023

할배견이 세 번째 수술을 앞둔 이유

견생 10살이면 아픈 곳이 생긴다 – 8

모든 일은 제삿날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정신 못 차리는 나날이 지나가고 있다. 며칠 전 코코는 세 번째 다리 수술을 결정했다.


그 일은 우리 집 제사부터 시작된다. 매년 여름쯤이면 친조부모님 제사를 지낸다. 제사가 그렇듯 가장 큰 일 중 하나는 전 부치기다. 몇 년 전 고모가 준 엄청 넓은 전기 프라이팬을 꺼내서 동그랑땡, 산적, 부침개를 아침부터 부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식구들이 워낙 전을 좋아해서 적게 하는 법이 없다. 많이 줄인다고 해도 왜 끝도 없이 부치는 것 같은지 모를 시간이 지나고 나물도 무치고 생선도 구웠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음식을 하려니 힘이 드는데 치울 때 되니까 바닥에 널브러진 돗자리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 바닥이 보였다. 돗자리는 걸레로 닦아 도로 집어넣어 놓고 바닥도 쪼그려 앉아 닦기 시작했다. 원래 봉으로 된 긴 걸레를 닦는데 이건 기름이 튄 거라 아무래도 제대로 손으로 박박 문질러야 할 거 같아 무릎 꿇고 거실 이리저리 다니며 열심히 치웠다.


바닥에 쭉 미끄러진 코코


내심 이쯤 하면 됐겠다 싶어 일어났는데 음식 냄새를 맡은 코코가 슬금슬금 부엌으로 왔다. 그러더니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쭉 미끄러졌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걸레도 닦았는데 왜 넘어졌을까, 더 닦았어야 하나, 다리는 괜찮나? 그러게 왜 부엌에는 와서….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고 코코를 살펴봤다.


‘제발 괜찮아라!’


간절히 빌었지만 코코는 왼쪽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앞다리와 오른쪽 다리는 멀쩡해서 그 세 다리로만 걷고 왼쪽 다리는 들었다. 저러다 슬개골 수술한 오른쪽 다리에도 무리가 갈까 봐 너무너무 걱정되었다. 당장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일단 그사이 좋아질 수도 있어서 하루는 지켜보기로 했다.


제발 나아지길 하늘에 얼마나 간절히 빌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아니었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사진도 찍고 촉진도 해 보셨다. 약을 처방해 주시곤 서울에 있는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슬개골이 빠진 것 같진 않지만 다른 곳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며칠 동안 약을 먹어도 낫지 않으면 아무래도 십자인대 쪽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코코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딱 그날 하루만 괜찮았다.

극악한 동물병원 비용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십자인대면 재발도 많고, 한쪽이 괜찮으면 다른 한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게다가 수술비용이 300만 원이니 양쪽 다하면 600이고 온갖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니 복잡했다. 제발 괜찮아지길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코코의 다리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약을 먹고 며칠 지나도 그대로였다. 간혹 두 다리로 걸을 때가 있지만 자세히 보면 힘을 오른쪽 다리로만 걷고 왼쪽은 거의 끌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결국, 우리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예약했다.


솔직히 쉬운 길이 아닌 게 하필 계속 비가 내리는 날씨에 걱정이 되었다. 그냥 자동차로 날 좋을 때 가도 1시간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병원 가기 며칠 전에는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안타까운 생명이 스러진 사건이 있어서 더 고민이 되었다. 우리는 예약 당일 아침 날씨를 보고 갈지 말지 상의하자고 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https://www.pexel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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