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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Jul 31. 2023

슬개 인대를 아시나요?

견생 10살이면 아픈 곳이 생긴다 – 9

하늘에 비는 소원


‘아빠, 제발 비 좀 안 내리게 해 줘. 코코 병원에 데려가야지.’


속으로 아빠에게 얼마나 빌었나 모른다. 병원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휴대전화를 붙들고 날씨 검색만 계속했다. 해가 나거나 적어도 구름이라도 끼길 바랐는데 계속 비였다. 비가 내릴 거면 제발 적게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 강수량을 확인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강수량이 많지 않아 괜찮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아침이 되자 밖은 안개처럼 뿌옇고 비가 이미 내리기 시작했다. 펑펑 내리는 건 아니지만 온종일 비가 내릴 거 같았다. 동생과 상의 끝에 많이 내리는 건 아니니 우선 출발하자고 했다. 코코를 안고 기나긴 서울 길에 올랐다. 


호우 주의보


문제는 용인쯤 지날 때였다. 비가 정말 폭포처럼 쏟아졌다. 휴대전화에 연신 ‘용인 호우주의보’가 떴다. 그냥 비가 내려도 바닥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힘든데 비가 많이 내리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동생한테 오죽하면 “도로 집으로 갈까?”라고 말했다. 


이미 출발한 길이라 돌아갈 수 없어서 동생은 긴장한 채로 운전했고, 나는 옆에서 눈치만 봤다. 서울에 가까워져 올수록 비가 줄어들어 다행이었지만 길이 막혔다. 결국, 예약시간을 30분이나 넘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늦으면 진료를 다른 분께 받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행인 건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바로 담당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고 코코 다리 촉진을 했다. 그러더니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강아지 진료를 위해 서울까지 올라갔다. 

슬개 인대?


“슬개 인대가 손상되었거나 파열된 거 같아요.”


슬개 인대라니? 뭔가 했다. 우리가 흔하게 아는 십자인대도 아니고 웬 슬개 인대? 그게 뭔지도 몰랐다. 의사 선생님은 다리 모형을 들더니 설명해 주셨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릎에 슬개골이라는 타원형 뼈가 있는데 그걸 겉에서 덮는 인대가 슬개 인대다. 슬개 인대는 무릎뼈의 위아래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인대가 손상되어 코코가 다리를 들고 걷는다는 거다. 


수술 방법이 총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슬개 인대에 보정물을 설치에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거고 두 번째 방법은 아예 다리를 막대기 같은 보형물로 고정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그나마 덜 다쳤을 때 할 수 있는 거고 두 번째는 정말 심할 때 쓸 수밖에 없는 거란다. 


코코를 위한 결정


수술해서 나을 수 있다면 걱정을 안 했을 거다. 심란한 건 슬개 인대가 다시 손상될 수 있다는 거다. 최악의 경우 한 두 달 안에도 다시 손상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수술 후 보행이 점차 좋아지는 강아지들 영상을 보여주셨다.


솔직히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싸도 수술 후 좋아진다는 확신만 있으면 무조건 할 텐데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 되었다. 집에 와서도 그 고민은 끊이지 않았고 동생과 나는 서로 의견 대립 때문에 작은 말다툼까지 했다. 


수술하는 것도 문제인 게 10살이 넘어가면 노견이라 오히려 수술이 몸에 부담을 줘서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보조기도 생각해 봤지만, 다리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보류했다. 결국, 우리는 이번까지만 수술하기로 했다. 무한정하기에는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고, 10살이 넘은 코코 나이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코코의 수술은 8월 1일로 정해졌다. 제발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고, 코코가 잘 회복되었으면 한다. 이번 코코의 아픔으로 내 머릿속에 많은 개념이 바뀌었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확실한 경제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확실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뻐서 키운다는 건 정말 대책 없는 짓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픽사베이  https://pixabay.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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