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진단받으러 가던 날은 비가 그렇게도 내리더니 수술하러 가는 날은 해가 쨍하니 유난히 좋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코코는 차만 타도 행복해한다.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가 불편해서 차 아래에 내려놨는데 계속 나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져서 보니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코코는 여행 가는 줄 알고 기뻐하는데, 현실은 수술하러 병원에 가는 길이니 말이다.
말도 안 통하는 강아지에게 이 현실을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코코를 보자면 지금 당장 여행을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수 없으니 답답했다. 어찌나 해맑게 웃는지 나도 모르게 툭 말했다.
“코코가 계속 쳐다봐. 부담스러워.”
동생이 운전하다 잠시 멈췄을 때 코코를 쓱 보다니 대답했다.
“헉! 언니 말이 맞네. 여행 가는 줄 아나 봐.”
코코의 시선을 느끼며 한 시간 반쯤 달렸을 때 병원에 도착했다.
코코가 먹던 약들이다. 저거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다. 그리고 아픈 곳과 먹던 약, 영양제를 정리해서 가져갔다.
슬개 인대 말고도 아픈 곳이 더 있었다!
진료 시간 전에 도착해서 잠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코코가 병원에 오기까지 소변을 보지 못해 잠시 바닥에 내려놨는데 다리가 아파 그런지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선생님께서 코코 엑스레이를 먼저 찍어야 한다며 데려가셨다. 지난번 진단에서 수술을 결정하고 오기까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더 나빠진 건 없는지 확인하려는 거다.
솔직히 많이 걱정되는 부분이 오른쪽 다리였다. 원래 오른쪽 다리는 괜찮았으나 왼쪽 다리가 불편해 오른쪽 다리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점점 불편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이 오른쪽 다리마저 지적하고 치료하자고 할까 봐 긴장되었다. 그리곤 후회했다.
‘수술날짜를 빨리 잡을걸.’
초조한 마음이 계속 들 무렵 선생님이 불러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데 뜻밖의 말을 꺼내셨다.
“슬개 인대는 지난번이랑 비슷해서 괜찮은데, 고관절이 문제예요. 아예 빠져버렸어요. 아프다고 했을 텐데 별일 없었어요?”
순간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모든 게 우리 식구의 부주의에서 벌어진 일 같아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선생님은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며 수술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하셨다. 고관절 수술을 추가로 해야 하며 슬개 인대보다 고관절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같이 수술하면 할인해 주겠다고 하셨다. 머릿속이 멍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가족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병원에서 보내준 영상 중 한 장면이다. 수술한 다리털을 쫙 밀어버리고 붕대를 감아놨다.
코코를 위한 결정
우선 같이 온 동생에게 얘기했더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술한다고 해서 이전처럼 걸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추가되는 수술비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꼭 한 번은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들을 말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는 이번만은 제대로 수술해 주자고 했다.
그렇게 코코를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 선생님께 과정을 듣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 나왔다. 선생님은 슬개 인대는 재발이 높다고 하시며 그러면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말했다
“저희는 이번이 마지막 수술이에요.”
“알겠습니다. 저희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 보겠습니다.”
재발이 높다면 코코 나이도 무시할 수 없고, 그 모든 수술을 감당하긴 힘들다. 이번에 사활을 걸고 최대한 재활에 힘쓸 생각이다. 선생님께도 우리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코코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병원에서 코코가 수술에 들어갔고, 한 시간이 흐른 후 다행히 잘 끝났다고 연락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코코가 조금이라도 걷는 것이다. 하루하루 병원에서 오는 영상을 보며 코코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제발 땅이 발을 딛기를 바라며 날마다 기다리고 기도한다.이제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