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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누나 Aug 29. 2023

강아지용 목발이 있다!

행복하고 귀중한 일상 

강아지 깁스 드디어 풀다


깁스란 석고붕대로 그 재료인 석고의 독일어인 깁스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물에 넣으면 빠르게 굳기 때문에 골절이나 인대 파열 혹은 염좌 등의 부상에 주로 사용한다. 환자가 솜 붕대를 먼저 감은 후 환부 전체를 감싸되 나중에 해체가 어려우므로 의료용 톱을 이용해 절단한다. 


강아지 깁스도 같은 원리로 석고를 두르는지 모르겠지만 코코 다리를 자세히 보면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감아놓았다. 수술 후 코코는 이십일에 가까운 시간을 한쪽 다리를 굽히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은근히 편해 보이는 게 깁스가 코코의 불안한 다리를 단단히 받쳐주었다. 


퇴원하고 열흘 만에 병원에 갔다. 코코다리에 수술 후 환부를 묶어놓은 실이 있는데 그걸 풀러 간 거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랬다. 


“오늘 붕대도 같이 풀 거예요. 아마 일주일은 붕대 풀기 전보다 더 못 걸을 수도 있어요.”

“너무 빨리 푸는 건 아닌가요?”

“일단 큰 이상이 없으면 붕대를 푸는 게 더 좋아요.”


그렇게 코코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잠시 기다린 후 보니 털이 파르라니 깎여 민둥민둥한 다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기나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자유의 다리가 되었다. 코코가 시원해하는 것 같았지만 반면 의사 선생님은 연신 불안해하시며 걱정의 눈빛을 보내셨다. 선생님은 코코를 바닥에 내려놔 보라고 했다. 


코코는 송아지가 막 태어나 힘겹게 걷는 것처럼 걸었다. 뭔가 불안해 보였다. 확실히 깁스가 나름대로 다리를 받쳐주고 있었나 보다. 그때 코코를 쳐다보시던 선생님이 잠시 들어갔다. 나오시더니 손에 하얀 붕대 하나를 가지고 나오셨다. 

다리가 좋아지고 나서 코코는 계속 산책하자고 조른다. 안 가면 눈빛 공격을 한다. 


붕대를 감고 한 산책길


먼저 코코다리에 감겨있던 건 깁스였고, 이후에 가지고 나온 건 아이보리색 천으로 이루어진 우리가 아는 그 붕대다. 선생님은 긴 붕대를 코코의 배에 감더니 위에서 잡았다. 그러더니 말씀하셨다. 


“코코 다리가 불안하니 붕대를 감아 잡으면서 걷게 하면 보행이 좀 더 편할 거예요. 제가 먼저 해 볼게요.”


선생님이 붕대를 잡고 코코가 병원 바닥을 한 바퀴 돌아보게 했다. 붕대로 받쳐주니 훨씬 편해 보였다. 선생님도 기뻐하시며 병원 바닥이 미끄러운데 이 정도면 잘 걷는 거라고 했다. 선생님의 시범에 이어 나도 잡았는데 코코가 편해 보였다. 붕대가 사람으로 치면 목발인 셈이다. 선생님께 부탁해 강아지용 목발인 흰 붕대를 받아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온 코코는 다리가 휑하니 가벼워져 시원해하며 자세도 자유롭게 잡았다. 이전에는 다리가 불편해 한쪽으로만 누웠다. 다리를 다치며 자세를 자주 못 바꾸니 배 쪽에 피부병이 생겼다. 게다가 병원에 열흘 동안 있었더니 더 심해졌다. 솔직히 지금도 배 쪽과 주둥이 아래쪽에 털이 많이 빠져 계속 약을 바르고 있다. 그렇지만 자세가 다양해져 점차 나을 거라는 기대가 살포시 올라온다. 


돌아온 일상 


코코를 보며 산책하러 가면 좋겠다 싶어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의 예언대로 발걸음이 뭔가 불안했다. 절뚝이며 걸었다. 그래도 좋았다. 수술 전에는 아예 바닥에 다리를 대고 있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이 정도로만 버텨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붕대를 감고 걸었을 때가 훨씬 잘 걷는다. 


코코도 훨씬 행복해 보였다. 연신 예쁘게 웃으며 냄새도 맡고 자유를 느꼈다. 


산책을 시키다 불현듯 선생님의 조언이 생각나 붕대를 배에 감고 걷게 해 봤다. 코코는 붕대가 불편한지 자꾸만 멈칫멈칫했다. 어떻게든 걷게 하려고 눈앞에 간식을 흔들어댔다. 그러더니 슬슬 나를 쫓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깁스 개념 : 네이버 나무 위키

- 사진 :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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