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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누나 Sep 12. 2023

할배견과 동행하는 방법

코코가 우리 집에 와서 함께한 지 어느새 10년이 넘어간다. 처음에 왔을 땐 마냥 인형이 굴러오는 줄만 알았고, 심지어 며칠 동안은 현실 같지 않아 낯가림도 했다. 그러다 점차 정이 쌓이면서, 어설픈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마냥 아기처럼 어릴 줄만 알았던 코코는 어느새 10살이 훌쩍 넘어 내년이면 11살이 된다.


그사이 나도 동생도 부모님도 나이를 먹었다. 코코만 할배견이 된 게 아니었다. 수많은 추억이 쌓였고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고 같이 여행도 갔다. 그리고 가장 고마웠던 일이 있다. 바로 아빠의 곁을 지켜준 것.


나와 동생이 무관심했을 때 코코는 아빠의 곁을 지키며 대신 효도했다. 그래서 아빠는 항상 코코를 안고 다녔고, 우리는 동네에 코코네 집으로 누구나 알 정도였다. 아빠가 집에 올 수 없었을 때 나는 코코의 털을 잘라서 갔다. 누워있던 아빠에게 코코 털을 볼에 대 주었는데, 그렇게라도 느끼기를 바랐다.


코코는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라 나에게는 형제이고, 아들이고, 친구이고, 가족이다. 고맙고 또 고마운 존재. 그런 코코가 이제 늙어 아픈 곳이 생기고 매번 병원에 간다. 털도 빠지고 예전처럼 마냥 예쁜 얼굴이 아니다. 그래도 내 눈에는 그 어떤 강아지를 데려와도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다.


코코는 죽을 때까지 쿠싱이라는 병을 달고 살며 약을 먹어야 한다. 몇 개월에 한 번은 피검사도 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피부병을 안고 있으며, 다리 수술을 했지만 퇴행성 관절염 증세를 보여 불안하다. 선생님은 만약 한 번 더 잘못되면 못 걸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다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은 최선을 다할 거다.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 휠체어라도 사서 걷게 해 줄 거고 고령이라 수술이 안 되면 진통제라도 먹일 거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어느 날이 오면 아빠와 약속한 대로 해 주려고 한다.


그때까지 내 강아지, 내 귀염둥이, 내 사랑, 내 가족, 내 형제, 내 새끼 우리 예쁜 코코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행복하게 살 거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런 코코에 대한 기록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기고 싶어서 시작했다. 서른 편 남짓의 글을 쓰며 기억을 떠올려 보면 때론 속상하고 때론 즐거웠다.


그렇지만 코코가 없는 삶을 생각하면 지독히도 끔찍하고 고독할 것 같다. 그만큼 코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문득 코코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코코야, 우리와 함께 해서 행복하니?”


내 강아지 코코야, 산책하면 환하게 웃어주고 내가 오면 꼬리를 흔들어주며, 내가 사라지면 낑낑대고 의지해줘서 고맙고 사랑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자.



▶ 끝

▶ 사진 출처 :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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