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누나 Aug 15. 2023

내 강아지의 코 고는 소리가 좋다.

행복하고 귀중한 일상

열흘간의 입원


길고 긴 입원 기간이 끝났다. 코코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모두 힘든 날이었다. 한 번도 열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슬개골 탈구 수술할 때도 딱 일주일 만에 데리러 갔는데, 이번엔 재활 기간이 길어져 코코 견생에 가장 긴 시간 동안 혼자 있었다.


심지어 퇴원은 금요일인데 하루 미뤘다. 태풍 때문이다. 이번에 태풍 ‘카눈’이 일본에 있다 우리나라에 왔는데, 다른 태풍과 다르게 속도가 느리고 갑자기 경기도 쪽으로 확 틀어서 서울 경기권이 태풍 영향권에 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그리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 여파로 비바람이 평소보다 거세고, 더 심해질지 잘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하루 미뤘다. 많이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에서 켄넬에 스스로 들어가길래 너무 기뻐서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딱 한 번이었습니다.

켄넬을 대하는 코코의 자세


코코를 데려오기 며칠 전부터 안전하게 데려오려고 ‘켄넬’을 주문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는데 코코는 견생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켄넬에 들어갔다. 코코는 내 무릎에 앉아 가거나 내 어깨에 매달려 가는 걸 정말 좋아한다. 바깥 풍경을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어디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웬만하면 내가 안아줬다. 비록 팔은 저리지만 코코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다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달라서 예전처럼 안아줄 수 없다.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어서 내가 안아주는 건 한계가 있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켄넬을 살 때도 앞문만 있는 건 사지 않고 위에서도 열 수 있는 거로 샀다. 켄넬도 준비했고 코코만 데려오면 되어 기쁜 마음에 병원에 갔다.


선생님께서 수술은 잘 되었고 일주일 후에 실밥을 뽑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슬개인대는 재발이 높으므로 집 안에서도 운동 제한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우리 집에 코코가 가면 안 되는 두 군데 구역이 있는데 한 곳은 부엌이고 다른 한 곳은 현관이다. 아무래도 뭔가로 막아놓아야 할 것 같아서 머릿속이 바빠졌다. 그리고 열흘의 긴 시간을 쳐 드디어 코코를 품에 안았다.


집에 와서 새근새근 자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 작은 존재가 얼마나 나에게 기쁨인지.

열흘 만에 보호자를 만났을 때 강아지는?


어여쁜 우리 코코, 귀여운 우리 할배견 코코, 내 귀염둥이를 드디어 안았는데 뜻밖에도 가벼운 몸무게를 먼저 느꼈다. 집에서는 사료와 간식을 같이 주기 때문에 묵직했는데 병원에서는 간식을 일절 안 주다 보니 그새 살이 빠진 거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400g이 빠졌다고 한다. 원래 병원 가기 전에도 다리 다치면서 안 먹어서 살이 빠졌는데, 병원에서 더 빠진 거다. 이번 다리 사태로 거의 1kg 가까이 빠진 것 같다.


그런데 분홍색 붕대를 칭칭 감은 코코는 뜻밖에도 우리를 외면했다. 화가 난 것 같았다.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므로 병원에 왜 간 것인지 모르는 듯했다. 우리가 버렸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처음엔 고개를 휙휙 돌리더니 조금 지나니까 나에게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행복하다는 듯 계속 뽀뽀를 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코코를 품에 소중히 안고 차로 데려가 조심조심 켄넬에 넣었다. 켄넬 안에는 덥지 말라고 쿨매트까지 깔아 두고 적응하라고 간식까지 넣어주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코코가 켄넬 안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나가고 싶다고 안아달라고 외쳤다.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코코가 답답할 텐데…. 내가 안아줘야 하는데…. 괜히 넣어놨나…. 아니야. 그래도 켄넬이 안전하지.’


혼자 별생각을 다 하며 겨우 집에 도착했다. 켄넬 안에서 꺼내 다시 안아 들지 그제야 잠잠해졌다.


코코가 집으로 오고 나서야 일상으로 돌아왔다. 밤에 다시 코코의 코 고는 소리와 가끔 관절이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전에는 저 코 고는 소리가 반갑고 행복할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열흘간 엄마도, 나도, 동생도, 조카도 모두 코코의 빈자리를 눈으로 더듬고 또 더듬었다.


‘언제 오나. 우리 코코.’

‘여기에 앉아 있었는데.’


그 코코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이전 23화 강아지가 수술 들어가던 날 벌어진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