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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Jul 07. 2023

사람도 강아지도 다이어트는 힘들다.

할배견 코코의 관리 비법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


“살 빼세요. 무조건 빼야 합니다!”


코코 몸무게가 5kg을 훌쩍 넘어갈 때 들은 말이다. 어디에도 소형견 포메라니안이 5kg을 훌쩍 넘어가는 건 거의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존재한다. 바로 우리 코코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몸무게가 고작 700g이었다. 새끼 때 코코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평소에는 털이 복슬복슬해서 살 쪄보이는데 목욕만 하면 반으로 줄어들었다. 소위 ‘털 쪘다.’고 표현하는데 그게 딱 포메처럼 털 많은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새끼 때 담당 수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무 말랐어요. 사료를 더 먹이세요.”


그랬던 코코가 살이 찐 결정적 계기는 ‘중성화 수술’과 ‘보호자의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우선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에는 지극히 평범했는데 수술 후에 그렇지 않아도 많던 식탐이 더 많아졌다. 게다가 강아지를 처음 키운 우리 식구들은 코코의 눈빛과 애교에 홀라당 넘어가 과하게 간식을 주기 시작했다. 결국, 코코는 무럭무럭 자라며 살도 같이 찌기 시작했다. 빼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토실토실한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다이어트의 시작, 보호자부터 행동을 바꿔야 한다.


우선 가장 먼저 바꾼 건 우리 식구의 행동이다. 다들 코코의 눈빛과 작은 손짓 발짓에 홀라당 넘어가다 보니 주는 게 좀 과했다. 과한 간식은 모두 금지했다. 아예 안 주기엔 너무 잔인한 거 같고, 식구들이 못 버틸 거 같아 나름대로 제한을 뒀다. 그리고 사료도 바꿨다. 사료는 ‘로얄캐닌 세타이어티’다. 수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로얄캐닌’이 다른 사료에 비해 기름기가 좀 있는 편이라 별로 소용이 없을 거라고 하셨지만, 코코가 오랫동안 먹던 거라 갑자기 바꾸기 부담스러웠다.


사료가 문제였나? 아니면 간식을 더 줄여야 하나? 운동을 더 시킬까?


온갖 고민만 많고 성과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은 간식을 과감히 확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 이런 우유부단한 우리 식구를 보면 쓴소리를 할 테지만, 반려견의 까만 눈빛과 귀여운 모습을 보면 마음을 굳게 먹기란 쉽지 않다.


코코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


이 난감한 상황에서 코코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슬개골 탈구다. 슬개골 탈구가 심해지면 결국 수술해야 하는데 살이 찌면 예후가 안 좋아 무조건 빼야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관지 협착증 초기 증상을 진단받았는데 이 증상에는 다이어트 외에는 답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다이어트 사료 하나를 추천해 줬다. 바로 ‘힐스’다. 지인도 포메라니안을 키우는데 살쪄서 다이어트 사료를 먹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고민했는데 결정적으로 사료를 바꾸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먼저 로얄캐닌을 오랫동안 먹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음으로 사료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사는데 코로나 시기에 맞물리면서 수입이 잘 안 되는지 품절이 자주 떴다.

요즘 먹는 다이어트 사료 힐스 메타볼릭, 알갱이가 작아 코코가 먹기 좋다.  


원래 로얄캐닌이나 힐스 둘 다 다이어트 사료는 동물 병원에서 사야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몇 군데 쇼핑몰에서 파는데, 현장에서 사는 것보다 잘 고르면 더 싸다. 코코는 힐스 사료를 먹기 시작했을 때, 쿠싱 약도 먹었다.


10살 노견이 된 지금 코코는 한 참 살쪘을 때보다 거의 2kg 가까이 살이 빠졌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이렇다.


“살이 잘 안 빠진 게 쿠싱때문인거 같아요. 약 먹으면 조금씩 빠질 거예요.”


신기하게도 쿠싱 약을 먹으면서 호르몬 조절이 되었고, 이후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살을 빼겠다고 결심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 이후 장장 5년이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다. 누가 봐도 긴 시간이 흘렀다.

 

사료도 바꾸고 간식도 제한했는데 살이 안 빠졌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식을 몰래 주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거다. 다 감시했는데 안 빠진다면, 우리 집 코코처럼 ‘호르몬 질환’인 거다.

최근 먹이기 시작한 시니어 사료. 기호성이 좋다.


노견에게 다이어트 사료를 계속 먹이는 일은 옳은가?


최근엔 한 가지 고민이 더 생겼다. 노견에게 이렇게 계속 다이어트 사료만 먹여도 되냐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래서 며칠 전 노견용 시니어 사료를 주문했다. 아예 시니어 사료로 갈아타기엔 목표 몸무게를 달성하지 못해서 다이어트 사료와 반반씩 섞어서 먹이고 있다. 시니어 사료는 몇 달 전 ‘펫 페어’ 행사에 참여했을 때 샘플로 받은 건데 코코가 엄청 잘 먹었다. 시니어 사료라 딱딱하지 않아 부담 없이 잘 먹었다. 그리고 간식은 고기를 최대한 피한다. 사더라도 작은 것만 고른다. 최근에 잘 먹는 간식은 채소 성분으로 된 덴탈껌인데 겉보기엔 딱딱해 보이지만 안에 구멍이 뚫려있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코코가 정말 사랑하는 간식. 고기가 아닌데 잘 먹어서 고맙다.

어제부터는 눈에 좋다는 당근을 얇게 썰어 준다. 원래 기름에 볶아야 더 흡수가 잘 된다지만 아직 살집이 있고, 기름 때문에 살이 찔 거 같아서 그냥 생으로 준다. 다행히 채소도 잘 먹는다.


아직 코코의 다이어트는 진행형이지만 조금만 더 같이 노력하면 의사 선생님이 말한 목표 몸무게에 다다를 것 같다. 코코의 노력과 우리 식구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 코코의 다이어트를 같이 해온 결과 느낀 게 한 가지 있다.

 

다이어트는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주변이 모두 도와야 한다.


하루는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 이제 마른 강아지들은 예쁘지도 않아.”

“맞아!”


살찐 코코도 예쁘지만 살 빠지면 더 좋을 거 같다. 그날까지 좀 더 힘내야겠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 로고가 보이는 사료 사진이 문제가 될 시 지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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