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는 몇 년 전 슬개골 다리 수술을 했다. 슬개골 탈구는 작은 강아지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으로 상태를 살펴보다가 심해지면 수술을 한다. 증세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있는데 코코는 처음에 2기로 시작했다가 오산으로 이사 오면서 상태가 심해져 서울에 가서 수술했다.
슬개골은 무릎의 뼈인데 이게 빠지면 걷는 게 불편해진다. 보통 보호자가 잘 모르다가 강아지가 다리를 들고 걸으면 알게 된다. 코코도 한 살이 되기 전에 다리를 들어 인터넷을 알아보다 할아버지가 될 나이에 수술했다. 수술은 못같이 생긴 핀을 박고 끈으로 묶었는데 엑스레이에도 아주 잘 보인다.
수술한 후 의사 선생님은 코코의 상태에 대해 진지한 조언을 해 주셨다. 코코는 오랫동안 슬개골 탈구를 갖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뼈가 닳았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산책을 길게 하지 말고 10분에서 15분 정도 짧게 하고 살을 빼라고 했다. 이후 코코의 산책 시간은 줄었고 일 년에 한 번 정기검진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코코의 미소다.
며칠 전에도 엑스레이를 찍었다. 작년에 괜찮아서 올해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사진을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한쪽 다리의 슬개골이 살짝살짝 움직여요. 다행히 빠질 것 같지는 않아요,”
슬개골 한쪽이 살짝 움직인다는 거다. 다행히 이게 심하지는 않아서 지켜보자고 했는데, 정작 심해진 부분은 넓적다리뼈다. 한쪽 넓적다리뼈가 맞은편에 비해 닳아있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퇴행성이라고 한다. 확실히 사진을 보니 정상 뼈에 비해 크기가 줄어든 게 눈에 보였다. 선생님은 이제 슬개골이 아니라 닳아버린 뼈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어하고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어쩐지 며칠 전 집에 지인들이 놀러 왔는데 코코에 대해 걱정하며 말했다.
“예전이 비해 잘 못 걸어서 속상하더라.”
우리는 매일 보니 잘 못 느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달랐나 보다. 솔직히 잘 못 걷는다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걱정해 주시는 건 알지만 굳이 저 얘기가 필요한가 싶었다. 어차피 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병원에 다니며 상태를 보고 있다.
퇴행성, 선천적이라는 이름을 단 뼈의 문제를 듣고 나서 선생님은 무조건 살을 빼라고 조언해 주셨다. 지금은 딱히 할 건 없고 살을 빼서 걷는 걸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리 영양제를 꾸준히 먹이라고 해 주셨다.
슬개골 탈구가 수술한다고 영원한 게 아니고 또 빠질 수 있다고 해서 영양제를 끊지 않고 계속 먹고 있었다. 이틀에 반 알을 먹이는데 사료와 섞어주면 잘 먹는다. 자칫 잊어버리고 안 먹일까 봐 월, 수, 금, 일 이렇게 아예 날짜를 정했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새들을 자주 마주친다.
산책은 10분에서 15분 정도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돈다. 선생님 말씀이 갑자기 방향전환을 하거나 너무 힘주는 건 하지 말라고 해서 무리하게 가슴 줄을 당기지 않는다. 안 올 것 같으면 차라리 간식을 잘게 부숴서 앞에서 꼬시며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개모차를 같이 끌고 나갔다가 쉬고 싶어 하는 것 같으면 태워서 주변 구경을 시킨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강아지 훈련사가 하는 말이 노견에게는 그저 바깥에 나가 경치 구경하는 것도 산책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코코를 산책을 빼먹지 않고 정기검진을 하며 선생님과 함께하면 좀 더 건강한 코코의 후반기 견생을 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비록 걸을 때 걸음걸이가 약간은 어색해도 코코는 그 짧은 산책도 한 번 나가면 환하게 웃는다. 나에게 기쁨은 코코와 함께하는 그 짧은 시간이다. 개모차에 탄 채 내 얼굴을 보며 입을 벌리고 분홍빛 혀를 내밀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면 코코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