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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Jun 19. 2023

포메라니안 등에 털이 빠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견생 10살이면 아픈 곳이 생긴다 – 7

클리퍼 증후군


클리퍼 증후군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진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클리퍼 증후군이란 이중 모를 가진 강아지가 클리퍼를 사용해 털을 짧게 밀었을 때 탈모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털을 밀고 난 후 그 부위에 체온이 떨어져 혈관 수축으로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견과 미용 후 스트레스, 모낭 자극으로 인한 증상이라는 의견 등이 있다. 


사람이 보기에 한여름에 강아지 털이 너무 길면 더워 보여 자르지만 사실 반려동물의 털은 기본적으로 반려견의 약한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너무 짧게 자르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중 모를 가진 포메라니안의 털을 자를 땐 가위 컷으로 하는 게 좋고 미용사님에게 1cm는 남겨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털이 안 자랄 수 있다. 


코코는 새끼 때는 미용실에 맡겼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엄마가 자르고 있었다. 일명 바리깡이라 불리는 클리퍼를 샀는데 자세히 보면 길이 조절하는 게 있다. 늘 너무 짧게 자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코코가 유전적으로 털이 매우 풍성한 강아지다. 털 가지고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코코 등에 털이 송송 빠졌다. 

병원에 파는 약용샴푸를 그대로 사다 썼다. 인터넷에서 사도 되는데 그땐 급했다.


코코의 습진 


그 시작점은 습진이다. 몸에 100원짜리 동전만큼 털이 빠지더니 분홍빛 피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뭔지 몰라 그냥 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몸 전체에 번졌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갔다. 처음엔 쿠싱 후유증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선생님은 연고를 처방해 줬고 이제 피부 전용 샴푸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셨다. 피부 샴푸는 뭘 쓸까 고민하다 당장 급한 거 같아 병원에 있는 걸 샀다. 


습진에 쓴 각종 약


이때부터 장장 6개월 동안 습진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우선 우리 가족은 매일 연고를 발라줬다. 보이면 보이는 부분은 죄다 발랐다. 그래도 동그란 동전만 한 털은 계속 늘어났다. 어느 부분이 나아서 털이 조금 자라면 다른 부분에 계속 생겼다. 병원에서 받아온 연고가 다 떨어져 미처 약을 못 받아 올 때면 사람이 쓰는 연고 중 아이가 쓸 만큼 순하다는 ‘비판텐’도 발랐다. 솔직히 더 고백하건대 정말 심각한 곳은 ‘후시딘’도 발랐다. 


그래도 한번 깨진 피부 장벽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등 쪽에 털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앞쪽 털이 남아 있으니 길게 길러 뒤로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털이 송송 빠진 아픈 모습이지만 우리는 매일 코코에게 “예쁘다.”, “귀엽다.”라고 해 주었다. 


우리 가족의 사랑이 통했을까. 정말 감사하게도 어느 날부터 코코 등에 털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털이 자랐고 거의 6개월이 되었을 때 예전처럼 풍성한 털을 자랑했다.

지금도 입 주변은 습진이 있다. 자세히 보면 갈색 딱지가 남아 있다.


다시 자라난 털


최근에 진료받으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도 습진과 털 이야기를 하며 비법을 물어보셨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산책했어요. 그리고 약을 정말 열심히 발랐어요.”


딱 이거다. 우리 식구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나는 산책을 담당했고, 엄마는 매일 약을 발라주고 동생은 보조를 했다. 그리고 우리 코코는 얌전히 치료를 잘 받았고 털이 잘 자라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습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지금까지 해결 안 된 곳이 바로 입 주변이다. 입은 물을 마시고 사료를 먹고 게다가 혀로 핥다 보니 약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코코 입 주변을 자세히 보면 아직도 딱지가 있고 일부 부분은 분홍빛 속살이 드러나 있다. 그래도 한창 심각했을 때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 


그저 약 잘 먹고 영양제도 잘 받아먹는 코코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샴푸 로고가 너무 드러나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 클리퍼 증후군 자료 : 뉴스원 (https://www.news1.kr/articles/?366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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