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생 10살이면 아픈 곳이 생긴다 – 5
쿠싱이라는 단어는 나와 관련이 없었다. 예전에 어떤 연예인이 쿠싱에 걸려서 관리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게 다였다.
사람이 그렇다.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고 내 일이 되면 갑자기 큰일로 다가온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단어가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크게 다가올 줄은 텔레비전을 보던 그땐 상상도 못 했다. 코코가 진단을 받고 나서야 쿠싱이 도대체 뭐길래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쿠싱은 의학용어로 부신피질기능항진증으로 불린다. 이 병은 장 옆에 있는 부신이라는 장기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쿠싱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소변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다. 소변량이 증가할 경우 음수량도 덩달아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 보호자들은 단순히 물을 많이 먹는다고 착각하기 쉽다.
쿠싱증후군은 보호자가 가급적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한데 내버려 둘 경우 탈모, 췌장염, 폐 혈전증 등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식사량이 늘어나고 쉬는데도 숨이 찬 것처럼 헥헥 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배만 볼록하게 나와 있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솔직히 병원에 가기 전까지 잘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느 날인가부터 코코가 물을 많이 마셨고 소변도 자주 봤다. 만약 배변 패드에 소변을 봤으면 더 금방 알아챘을 텐데 코코는 화장실 바닥에 그냥 볼일을 본다. 그러다 보니 별생각 없이 물을 뿌리고 청소해서 눈치채지 못했다. 게다가 코코는 포메라니안치고는 살집이 있는 편이어서 늘 배가 통통하다. 코코의 배는 그냥 살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서야 병의 영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기간 투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개인적으로 한차례 경험한 뒤라 병원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오랫동안 꾸준히 다녀야 한다면 우선 좋은 의사 선생님 나와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때는 여기저기 정보도 주워듣고 병원도 두 군데 이상은 다녀보는 게 좋다. 그다음 중요한 건 거리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어도 집과 너무 거리가 멀면 솔직히 다니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가능한 거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면 모두 통용이 되는데 문제는 동물이다.
동물 전용 버스나 택시가 없는 현실에 병원에 데려가는 건 오롯이 보호자의 몫이다. 보호자의 기동성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진단은 예전 살던 24시 병원으로 갔지만, 꾸준히 다닐 병원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동네 근처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는데 한 군데는 이사 초반에 코코를 맡겼는데 서비스로 손발톱과 생식기 털을 잘라주었는데 문제는 생식기에 너무 털을 짧게 깎아 상처가 난 것이다. 그런데 의사는 이걸 모른척했고 나중에 따지니 자기 간호사 편들어주기에 바빴다. 책임감 없는 병원이라 이후로는 다시 가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곳은 코코 다리를 평소 관리해 주던 병원인데 집에서도 가깝고 코코도 예뻐해 주신다. 결정적으로 24시간 전문병원보다 약값과 검시비가 저렴했다. 이 병원은 코코의 다리 상태를 보고 서울에 있는 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게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코코가 선생님과 간호사님들 모두 좋아해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쿠싱과의 긴 싸움을 시작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쿠싱 관련 자료 : M메디 소비자 뉴스
http://www.medisobiz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191
- 사진 자료 : 픽사 베이 &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