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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Jul 14. 2019

3분진료 공장에서의 셀프 인터뷰 (2)

의료진도 3분진료에 만족하지 못한다구요? 그건 의사와 병원의 탐욕의 산물 아닌가요? 병원에서 더 많이 환자를 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3분진료를 하는 거잖아요.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너무 저렴한 의료 수가 때문이에요. 이익보다 현상 유지를 위한 수준의 매출을 위해서라도 3분진료는 피할 수 없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2011년 기준으로 의원급 초진료 기준 우리나라는 약 10,000원, 일본은 30,000원, 미국은 40,000-200,000원 선이었다고 해요. 이게 사실 2018년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는 비슷하게 10,000원 수준이어서 지금은 차이가 더 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병원 경영에 대해선 잘 몰라요. 하루에 몇 명을 봐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지 잘은 몰라요. 그런데 하루 3-4시간의 한세션 외래진료 기준 보통 50명, 심지어는 100명씩 보고 있으니 나만 아메리칸 스타일(?)로 20명 보겠다고 할 순 없게 되어요. 그리고 한 환자 당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꼭 필요한 것만 체크하고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죠. 동네 의원에서 내시경을 했더니 위암이 의심된다는 환자가 오면 일단 추가로 검사할 CT  일정을 잡고 어서 진료실에서 내보내게 되죠. 환자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얘기를 나눌 시간은 없는거에요. 


그건 환자는 만족하지 못해도 의사 입장에선 편한 것 아닌가요? 

환자가 불안해하고 서운한 마음을 느끼는 것을 아는 이상 의사도 마음이 편하진 않아요. 아까 나간 환자에게서 내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되죠. 위암이 의심된다고 온 환자가 느끼는 제일 불편해하는 증상이 무엇인지, 평소에 체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잠은 잘 자는지, 식사는 어느 정도 하는지,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그를 가장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처방을 할 수 있어요. 환자의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의사에게 감사를 표할 때 의사는 가장 보람을 느껴요.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죠. 반대의 경우에는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요. 3분진료는 많은 경우 자기 효능감을 느낄 기회가 없고 반대로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제가 보는 암과 같이 결국은 진행하고 나빠지는 경우가 많으면 더더욱 그렇죠.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가장 힘든가요?

항암치료는 대개 수 개월은 좋아지지만 결국은 내성이 생기고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걸 대개 설명을 하고 시작하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죠. 어떻게든 완치되기를 기대하는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병이 진행하면 저도 괴로워요. 그 다음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 않은 경우도 많고요. 어쨌든 그걸 설명하고 다독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턱없이 부족하고요. 결국 이런 분들이 몇 명 있으면 진료가 지연될 수밖에 없어요. 그럼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은 초조해지고, 1시간이 넘게 지연이 되면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도 나타나고, 가끔은 소리지르는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외래 간호사들도 힘들지만, 저도 그 고함을 들으면서 눈앞의 환자에게 집중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이런 일이 한번씩 있으면 환자분들도 힘들지만 저희도 마음의 상처가 꽤 오래 가요. 자주 있어도 익숙해지지는 않더라구요. 


의학이 발전하며 병원은 공장이 되었지만, 의사도 환자도 불행하다면.... 결국 공장을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필요한 걸까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공장의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어요. 규격화된 진료는 질이 높고 오류가 적어요. 양질전환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죠. 많은 비슷한 환자들을 보며 경험이 축적되고 진료의 질이 올라가요. 위암 환자에서는 이런 약을 쓰고 이런 용량으로 쓴다는 것은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프로토콜화 되어 있고 전 세계의 병원에 공유되며, 의사와 간호사, 약사들이 모두 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요. 주사부작용이 일어나면 어떻게 조치한다는 것도 다 알고 있고요. 사실 환자들도 그런 전문성을 기대하고 큰 병원을 찾아요.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환자의 마음을 다독일 수는 없는 것일까? 공장에서도 수공예 장인의 손길이 빛을 발할 수는 없는 것일까? 솔직히 저는 큰 공장의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규모를 줄이고 다른 작은 공장들의 생산량을 늘리고 전문성을 높이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생산량을 제한해도 공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단가가 올라주어야 하구요. 무슨 얘기인지 아실거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그게 이 브런치북의 내용과 무슨 상관이죠?.... 

공장에서 지내는 생활에 대해 쓴 거에요.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욕먹고 나쁜 물건을 만들면 더 욕먹고... 더 좋은 물건을 만들순 없을까 고민하고. 이렇게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사는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그런 얘기들이에요.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지 당장 해답을 내놓을 순 없겠지만, 환자가 불행하면 의사도 불행하다는, 같이 고민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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