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30일

꼭 29번의 잠 - 2 로마 첫만남+첫인상

by 윤에이치제이

꼭 1번의 잠, 로마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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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에서 스포 했다시피

단독 아파트 거주는 혼자서는 영 자신이 없어져서 결국 B&B 형태로

가정집의 방 하나를 한 달 동안 (정확히는 29일 동안) 대여하는 형태로 숙박을 결정했다

워낙 주인 부부에 대한 후기가 좋고 집이 로마의 빌라 그 자체여서

직접 발을 들인 후에는

유학생이 하숙하는 느낌인 듯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라 출입문과 집 현관문과 내 방까지 총 3개의 열쇠를 받고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유럽식 난방(라디에이터)을 각오하며 방으로 들어섰다

그래도 로마는 지난 나라의 도시들과는 달리 겨울 기온이 높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늦가을 날씨 정도라 그 때문에 1월, 겨울의 한가운데

바로 여기로 왔고 그건 결국 로마인 몇 가지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미리 스포 해버리는 이야기지만

여기서 여러 날을 있다 보니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던지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할 때 도움을 받게 된다던지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과는 다른 내적 친밀감이 커지고

반복되는 원래의 나의 일상과 닮아가는 느낌이 드는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로마에서의 날들은 확실히 달랐고 그러기에 특별했고

심지어 감정마저 들쑥날쑥 대는, 이상한 여행의 페이지를 써 내려가게 된다





소도시만 다니다가 로마에 도착하니 잊고 있던 내 안의 길치가 제 몫을 한다

떼르미니 역 바로 앞에서 5번 트램을 타고 단지 4 정거장만 가서 내린 다음

큰길을 직진해 걸어가다가 크게 한 번 방향을 틀면 될 일이었는데

역 출입구부터 잘 못 나와 트램 정거장을 찾아 헤매고 트램을 타서는 들리지 않는

방송에 노심초사하다 물어 물어 내린 정거장에서 또 방향을 잘 못 잡아 반대로 걷고

되돌아온 길에서 또 방향을 잘 못 틀어 다른 길로 들어서고 심지어 집 호출벨도 잘 못 눌렀다

넉넉히 30분이면 도착했을 집 앞에 2시간도 더 지나서야 서있다


그래도

건물 출입문에서부터 내가 잘 보이도록 손을 힘차게 흔들어 주시는 아저씨와

집에 들어서자 반갑게 짖어대는 덩치에 맞지 않게 순한 개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친절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뭔가 이 새로운 여행의 날들이 순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금 가장 좋은 건 곤한 몸을 누일 내 방 내 침대

.. 여러 날의 잠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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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 이상의 사진도 더 이상의 일정도 더 이상의 이야기도 없다

잠과 사투를 벌이며 하루를 지나왔으므로 오늘 하루는 싸우지 않고 잘 보내려고 한다

남은 모든 시간을 기꺼이 2번째 잠을 위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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