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놀이터 ‘놀면서 송파 투어’ 시리즈
동네가 재발견되고 있다. 굳이 시간 들여 막히는 도로 뚫고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보고 맛보고 즐기고 싶어한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모여 골목을 이루고 금새 입소문 나면 외지인들이 몰려든다. 출발점은 동네사람들이다.
잠실 석촌호수는 도심의 축복 공간이다. 봄의 벚꽃, 여름의 푸르른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까지 호수의 존재만으로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서정시를 선물한다. 게다가 느릿느릿 걸으며 한 템포 쉬면서 숨고르기 할 수 있는 자연 공간이기도 하다.
호수를 뺑 둘러 의미와 재미를 갖춘 공간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공간탐험이 취미인 나로서는 한 곳씩 새록새록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간의 점을 선으로 잇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다. ‘동네투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쿵짝 잘 맞는 지인과 함께 지난해에는 롯데타워-석촌호수-병자호란의 아픈 흔적 삼전도비- 화려했던 백제시대를 음미해 보는 석촌동고분군까지 자체적으로 투어를 진행하며 가드닝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내보았다. 지역의 재주꾼을 비롯해 송파문화네트워크,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같은 든든한 우군이 함께 했다. 능력자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뭉친 덕분에 규모가 커지고 프로그램도 쫀쫀해졌다.
드디어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잠실플레이 2019 프로젝트가 스타트! 수제맥주 양조장 ‘슈타인도르프’ 강태순 대표, 크루아상 전문 빵집 ‘비엔블랑’의 정지은 블랑제, 오래된 단독주택 개조한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황용득 대표, 모던아트를 뚝심 있게 전시하는 갤러리카페 ‘에브리데이몬데이’ 이자영 대표까지 각자의 꿈과 비즈니스를 공간에 구현한 주인공들이다.
공간 대표들을 만나 사전 인터뷰하다 보면 ‘이 사람은 왜 이 공간을 이렇게 만들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감사하게도 모두들 ‘오픈하우스’에 기꺼이 동참해 주셨다. 수제맥주 양조장 내부, 빵집 주방 같은 시크릿 공간까지 공개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 줬다.
투어 동선을 짜고 시식 또는 시음할 메뉴를 상의하고 홍보안을 고민하고 참가자를 모집해서 실제 투어 진행까지.... 잠실플레이는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라 재미있었다.
“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참 좋네요”라는 참가자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타민이 됐다.
이번 투어의 의미는 ‘보다 – 듣다 – 맛보다 – 느끼다 – 잇다 - 만들다’ 6다에 있다. 공간과 사람을 재발견하며 더 나아가 함께 친해지다 보면 뜻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일을 계속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늘 가지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로서 가슴 설레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