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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Jan 10. 2020

집의 변신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잠실플레이#3

정원 가꾸는 남자 황용득의 초록 정원 북카페

송파구 송파동 고즈넉한 주택가 오래된 벽돌집이 정겹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타나는 반지하 공간에 북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노랑, 연두 산뜻한 벽면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LP판, 타자기, 두툼한 디자인 책들이 조화를 이루며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는 야외정원. 푸릇푸릇한 잔디밭, 다소곳하게 자라는 제철 꽃과 나무, 담벼락을 촘촘하게 뒤덮은 담쟁이가 싱그럽다. 뚝심 있는 주인장 손끝에서 피어난 마술 같은 공간이다.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

 2006년부터 터 잡고 살던 오래된 주택 반 지하를 3년 전 특색 공간으로 만든 주인공은 황용득 대표.


 너도나도 세월의 흔적이 쌓인 단독주택 싹 허물고 다세대 주택 지을 때 좀 다른 선택을 했다. “남과 다른 길을 가야 성공한다는 게 평소 지론입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전화, 인터넷, 카메라 같은 온갖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처럼 내가 살고 있는 집에다 정원, 카페, 서점을 한데 넣어보고 싶었단다. 조경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그는 무엇보다 도심 정원에 갈증이 컸다.

 꽃과 나무가 자라자 제일 먼저 새와 나비가 날아들었다. 입소문만으로 동네 단골이 늘면서 차 마시고 책 읽으며 동호인 모임도 하는 보석 같은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집 근처에 정원이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게 고맙지요. 소중한 공간이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인들한테도 자청해서 열심히 카페 홍보하고 있어요” 중년의 단골손님이 웃으며 말한다. 정원이 있는 북카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다.


-북카페 열기 전 궁리 많이 하셨지요? 

 “반지하를 회사 사무실로 지금의 정원 공간은 주차장으로 썼어요. 그러다 사무실이 이전하게 되면서 빈 공간을 어떻게 쓸지 투자 대비 효율을 놓고 고민이 많았죠. 집으로 꾸며 세를 놓으려니 수리비만 1억 원이 들더군요. 은행 융자 잔뜩 끌어다가 다세대 짓는 것도 마뜩지 않았죠. 평생 식물과 함께 살았는데 정원 가꿔 카페를 해보자 결심했습니다. 내심 내 집에서 살면서 부부가 함께 일하며 고정적으로 수입을 만드는 은퇴 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살고 있는 집으로 은퇴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점이 흥미롭습니다.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웠지요. ‘투자비를 최소화하자’ ‘월 100만 원 이상 고정 수입을 만들자’ 매달 이 정도 벌어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 보태면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지요. ‘정원으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보자’ 조경업을 하면서 언젠가 정원에 열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멀리 있는 정원을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고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정원 모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카페 공간을 손수 리모델링했지요?

"틈틈이 1년에 걸쳐 고쳤어요. 페인트칠부터 가구 리폼까지 모두 내 손으로 한 덕분에 수리비는 폐기물처리 비용과 페인트 값 정도만 들었지요. 고교시절부터 모은 LP판이 6천장 쯤 됐고 우리 부부가 평생 모은 그림, 찻잔, 책, 앤티크 소품이 꽤 많았는데 이 콜렉션으로 카페를 꾸몄습니다. 옛날부터 1~2만원씩 주고 사 모은 것들이에요. 시골에서 가져온 대청마루가 모임방 커다란 테이블로 변신했지요. 카페 내부는 지금도 조금씩 손을 보며 바꿔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 손으로 꾸몄기에 애착이 커요. 오랜 시간 고민하며 만들어서 공간 콘셉트도 뚜렷하다고 자부합니다. 무엇보다 반지하와 정원이 만나니 건물에 생기가 돌더군요.”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투어 참가자들은 황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며 질문을 쏟아냈다. “아파트가 싫증나지만 주택에 살 용기가 나지 않는데 직접 살아보니 어떤가?”, “정원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월수입이 어느 정도나 되나?”.... 다들 은퇴 후 60 이후의 삶에 다들 고민이 큰 만큼 한발 앞서 간 사람의 진솔한 경험담에 눈을 반짝거렸다.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한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모델에 애착이 크지요?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내 또래 사람들이 많지요. 단독주택 허물고 다세대 주택 많이 짓습니다. 허나 우리나라 건축법상 건물의 중심인 1층에  주차장이 들어설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내 식대로 소일거리 겸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겁니다. 요즘 도시재생이 화두지요.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모델이 바로 개인이 실천하는 도시재생이라고 자부합니다. 우리 집 담장 벽 허물고 화분들 가져다 꾸며 놓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더군요. 정원 딸린 북카페가 문을 연 후에는 다채로운 모임 장소로 자리 잡았고 점점 입소문 나면서 젊은이들도 꾸준히 찾아옵니다. 내 집 일부를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죠. 이렇게 내가 사는 동네에 내 나름의 기여를 하고 또 얼마간의 수입이 생기니 좋죠. 정부가 앞으로 이 같은 도시재생 모델에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아티스트, 문화기획자들과 함께 플리마켓, 작은음악회를 열고 싶어요. 동시에 정원문화가 널리 퍼져나가기 바래요. 우리 안에는 흙과 가까이 하고픈 경작DNA가 숨어있습니다.”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황용득대표 인터뷰와 함께 북카페 구석구석을 투어한 영상을 감상하세요!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 서울 송파구 가락로 21길 8

☎ 02-2202-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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