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라이터 Oct 03. 2019

수제맥주와 놀자 ‘슈타인도르프’ 잠실플레이#1

수제맥주와 두 번째 인생, 강태순대표의 '슈타인도르프'

 맥주 맛을 감별하는 입맛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벌컥벌컥 들이키며 주량을 과시했던 말술 대신에 한잔을 마시더라도 맛과 향, 색을 세심하게 음미하는 애주가들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수제맥주 양조장 역시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경쟁적으로 술 맛을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중이다.     


석촌맥주라?

 잠실 석촌호수 부근 방이동 먹자골목에 자리 잡은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모던 빌딩. 건물 전체가 맥주집으로 독일스러움을 폴폴 풍기는 ‘슈타인도르프’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허나 슈타인도르프 독일어 뜻풀이를 들으면 다들 구수한 네이밍에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슈타인은 돌(石), 도르프는 마을(村)로 송파구 동 중의 하나인 ‘석촌’을 의미한다. 동네 맥주집으로 뿌리 내리고 싶다는 나이 지긋한 70대 양조장 주인장의 결기가 읽혀진다.


 이곳의 비밀병기는 맥주 양조 시설이 풀세트로 자리 잡은 지하 1층이다. 유리창 너머 양조장에서 금색 빛깔의 커다란 맥주 탱크 사이로 브루어들의 작업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제맥주와 두 번째 인생 스타트

 도심 속 대규모 수제맥주 양조장을 일군 주인장 강태순은 인생 2막으로 술을 택했다. 두산에서 40여년 몸담으며 사업 전략, 기획, 관리, 영업, 마케팅까지 두루 섭렵하며 부회장까지 지냈던 그는 백화양조를 만나며 술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청하 제품 개발에 관여하면서 ‘훗날 퇴직하면 양조장을 열어야 겠다’고 수십 년 전부터 두 번째 인생 설계도를 그렀다. 한 때 청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3천 개에 달하던 일본을 보며 도심 양조장의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로망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인력과 자본이 뒷받침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대기업에서 엘리트 코스만 밟았던 그의 첫 번 째 인생과 달리 양조장 사업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했다. 그저 맛있는 맥주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묻고 익혀가며 양조장 설비를 갖췄고 식품위생법부터 주세법까지 까다로운 법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인력관리와 마케팅까지 모든 걸 책임지며 일당백으로 뛰었다. 서서히 양조장이 기틀이 잡히면서 이제는 서울, 경기도 일대 맥주펍에 납품할 만큼 천천히 성장중이다.      

-2016년 1월 오픈한 양조장 설비에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요.

 양조장 탱크, 각종 기계 설비들의 하중과 높이까지 계산해 건물을 설계했어요. 서울 도심에서는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양조장이지요. 일제 설비라 일본 기술자들에게 기술 전수 받으며 우리 브루어들이 균일한 맥주 맛을 내기 위해 엄청나게 테스트했지요. 

 브루어는 맥주만 만드는 게 아니라 때로는 땜질을 하거나 전기 설비를 고치는 엔지니어 역할까지 해야 되요. 양조장 기계에 이상이 감지되면 바로 조치해야 하지요. 초창기 멤버인 배상혁 헤드부터 우리 브루어들은 수제맥주를 사랑해요. 본인들이 빚는 술에 자부심이 크지요.     


-‘슈타인도르프’ 즉 ‘석촌’이라고 동네 이름을 붙인 이유가 궁금해요.

독일 전역에는 2천개의 양조장이 있고 1만 종류의 수제 맥주를 생산해요. 맥주마다 지역의 색깔이 묻어있죠. 우리는 석촌호수 부근의 양조장이라 ‘석촌’이라고 이름 지었고 송파를 대표하는 수제 맥주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담겨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내 고향이 경남 창원인데 낙동맥주도 만들고 싶습니다.

-슈타인도르프 맥주 맛의 특징은 무엇인지요?

 맥아, 홉, 효모, 물 4가지 재료만으로 맥주를 만들자는 독일 맥주순수령을 지키고 있습니다. 

맥주의 맛과 색을 좌우하는 게 맥아, 즉 싹을 튀운 보리이지요. 맥아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저온에서 볶으면 황금빛깔의 맥주가 고온에서 볶으면 짙은 색상의 맥주가 나오지요. 뽕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 꽃인 홉은 맥주의 아로마와 쌉싸름한 맛을 책임지는데 품종별로 맛이 다릅니다.

 우리는 수제맥주 특유의 효모가 살아있는 스탠다드한 맛에 집중합니다. 하얀 거품과 밝은 오렌지 색상을 띄고 깔끔한 맛의 헤페바이젠, 쌉싸름하고 구수한 흑맥주 스타우트, IPA, 맛과 향, 색이 무난한 에일맥주인 페일에일, 홉의 맛이 좀 더 강한 IPA, 그리고 독일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 독일식 옛맛을 살린 프로토, 프리미엄 라거메르첸을 선보입니다. 

 지금까지 3년 넘게 쌓인 비어 프로파일 데이터가 우리 양조장의 자산이지요. 향, 색. 맛, 바디감을 꼼꼼히 기록한 우리만의 빅데이터입니다.      


2016년 1월 오픈한 슈타인도르프, 수제맥주 마니아나 맥주 아카데미 교육생이 꾸준히 찾는 양조장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선 공간이다. 


 의미와 스토리를 갖춘 공간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재미나게 이어주는 ‘잠실플레이’ 투어 장소로 슈타인도르프를 낙점하자 주인장도 흔쾌히 승낙했다. 평소 수제맥주의 맛과 양조 과정을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은 투어 참가자 모집이 시작되자 스피드하게 신청했다.

 투어 당일, 강태순 대표는 직접 지하1,2층 원료보관 창고부터 맥주 저장 탱크까지 구석구석 안내했다. 수제맥주를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감돈다.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선 투어 참가자들은 설레임과 호기심을 가득한 표정으로 브루어들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맥주 탱크에서 갓 내려 톡 쏘는 맛이 강한 싱싱한 맥주인영비어(young beer)를 시음하는 호사도 누렷다.  


 배상혁 헤드 브루어의 설명을 들으며 바이젠, 페일에일, 푸르토 등 양조장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를 종류별로 시음하며 맛과 색, 향의 차이를 혀에 새겼다.

 수제맥주를 뭉뚱그려 알았던 참가자들은 맥주를 만드는 4가지 원재료만으로 술 맛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제작 공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만족도가 높았다.      


-일반인 대상으로 흔치 않은 양조장 투어였는데 직접 진행해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애정을 쏟아 만든 수제맥주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시음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술을 왜 마실까요?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지요. 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겠다는 진심을 담아 앞으로도 한결같은 수제맥주를 만들려 합니다.        


슈타인도르프 강태순 대표 인터뷰 & 잠실플레이 양조장 투어 이모저모를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슈타인도르프

☗ 서울 송파구 오금로15길 11

☎ 02-422-9000


이전 01화 사람과 공간 잇는 잠실플레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