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라이터 Jan 09. 2020

특별한 크루아상 굽다 '비엔블랑' 잠실플레이#2

 빵쟁이 정지은 블랑제의 크루아상  

 질이 양을 압도하고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의 시대라 빵 하나도 허투루 고르지 않는다. ‘재료는 뭘 쓰지?’,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뭐지?’ 우리의 ‘고갱님들’은 깐깐히 따져가며 취향에 딱 맞는 것을 낙점한다. 잠실 석촌호수 부근 비엔블랑은 무수히 많은 빵 중에서 크루아상만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옹골찬 빵쟁이 정신으로 매일 빵을 굽는 정지은 블랑제를 만났다. 


오로지 크루아상?

 아담한 매장 안에는 산딸기크루아상, 아몬드크루아상, 뺑오쇼콜라, 플랑, 갈레뜨, 애플파이... 저마다의 이름표를 단 먹음직스러운 크루아상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어로 초승달이란 뜻을 지닌 크루아상(Croissant).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넣고 밀대로 밀고 겹치고를 반복하는 수많은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빵 하나 하나가 다 자식 같아요.” 직접 구은 빵을 바라보는 주인장의 눈빛에는 애정과 자부심이 담겨있다. 손님들에게는 크루아상 종류별 특징, 맛의 차이, 먹는 방법, 곁들이면 좋을 음료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프랑스산 질 좋은 밀가루와 버터를 쓴다’, ‘프랑스 정통 레시피 대로 굽는다. 빵집 오픈 당시 초심을 담아 스스로 정한 규칙을 3년이 흐른 지금도 우직하게 지킨다.

 자그마한 매장에 비해 주방은 2배 이상 규모다. “주방 보다는 손님이 찾는 베이커리 매장이 넓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궁금해서 질문을 던지자 정 블랑제는 싱긋 웃으며 답한다. 


 “프랑스에서 빵 공부한 후 베이커리샵의 좁은 주방에서 일하면서 다짐했어요. 훗날 내 가게를 열 때는 빵 굽는 사람 동선에 맞춰 주방을 넓게 만들어야 겠다고요. 2016년 빵집 오픈 당시 반죽기, 오븐기 등 제빵용 기기도 최고급으로 들여 놓으며 내가 머릿속에 꿈 꿨던 그대로 주방을 구현했어요.” 

 주인장의 가녀린 외모 속에는 두둑한 배짱과 뚝심, 추진력이 숨어있다. 빵쟁이로 인생을 리셋한지 6년, 부지런히 ‘블랑제 정지은’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빵 좋아하는 사람’에서 ‘빵 만드는 사람’으로 인생의 궤도를 수정한 게 흥미롭습니다.

 “영문학과 졸업 후 오랫동안 해외영업을 했어요. 전 세계 여러 도시 숱하게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며 세일즈하는 게 내 일이었지요. 본래 빵을 좋아했던 터라 해외 출장 다니는 틈틈이 현지 유명 빵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맛보았어요. 해외 영업 15년 쯤 하니까 슬슬 고민이 되더군요. 내가 파는 상품이 베스트가 아니더라도 언변으로 잘 포장해서 팔아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문득 ‘내가 좋아하는 걸 직접 만들어서 팔아보면 어떨까?’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빵이 떠오르자 사직서 내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어요.”


-프랑스 유학 생활은 어떠했나요?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는 모든 수업이 프랑스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학코스부터 밟았어요. 막상 제과제빵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빵을 좋아하는 것’과 ‘빵을 잘 만드는 것’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지요.(웃음) 전세계 돌아다니며 최고의 빵을 맛보며 단련된 내 혀를 내 손이 못 따라가더군요. 타고난 손재주가 없으니 노력으로 극복해야 했어요. 실습시간에는 교수님 붙잡고 계속 질문 던졌고 시연 과정은 동영상으로 찍어서 집에서 반복해서 보며 실기를 익혔습니다. 백과사전 두께의 교재 달달 외우며 필기시험만큼은 1등을 하며 독하게 공부했습니다.”



-프랑스 제과 장인과 제빵 장인 밑에서도 일했다면서요?

 “프랑스에서는 빵 장인들이 버터를 쓰지 않고 케이크장인은 발효를 모르지요. 학교 졸업 후에는 제과와 제빵을 두루 배우고 싶어서 프랑스 정부가 공인하는 제빵과 제과 'MOF(Meiller Ouvriver de France 프랑스 수공업 분야별 최고의 장인)'가 운영하는 베이커리샵에서 일했어요. 크루아상은 발효 기술도 알아야 하고 버터도 잘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제과와 제빵의 접점에 있기 때문에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MOF님들의 뼛속까지 철두철미한 장인 정신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운 건 행운이지요.”



-‘크루아상 전문 빵집’으로 빨리 자리 잡은 편이지요? 

 “비엔블랑이 문을 연 후 ‘자신 있게 팔 수 있는 빵’을 내놓기 위해서 노력 많이 했어요. 달지 않으면서 담백한 원하는 맛을 내기까지 공을 들였습니다. 빵 종류에 따라 반죽이 모두 달라야 해요. 가령 갈레트는 4일에 걸쳐 반죽을 하지요. 빵의 퀄리티를 고르게 유지하기 위해서 좋은 재료 쓰는 건 당연한 거고 온도, 습도, 당도, 여기에 빵의 모양까지 정확히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해요. 단골이 늘고 입소문 나면서 TV에도 소개되어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탄 적도 있고 백화점, 쇼핑몰 입점 제의도 받았어요. 하지만 내 나름의 빵쟁이 철학을 지키기 위해 늘 마음을 다잡습니다.”  

 석촌호수 일대 의미 있는 공간을 투어하는 ‘잠실플레이’. 빵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정지은 블랑제의 비엔블랑을 찾았다.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인 주방을 공개하며 제빵 과정을 설명하고 오븐에서 갓 구은 크루아상을 맛보는 행운을 맛보았다.

 자리를 옮겨서 정지은 블랑제는 알쏭달쏭 헷갈렸던 서양빵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쏟아냈다. 소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이 훔쳤던 빵이 깜바뉴라는 것부터 프랑스 현지에서도 크루아상은 값싼 바게트에 비해 고급 빵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브리오슈, 크루아상, 갈레트, 키쉬, 몽블랑 등 빵의 특징과 맛, 레시피, 역사적인 맥락을 귀로 들으며 크루아상을 종류별로 시식하는 호사를 누렸다.  

-스토리가 있는 크루아상 미식회를 진행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빵에 관심 있는 분들과 크루아상 이야기 맘껏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알고 먹는 빵은 확실히 맛이 다르겠지요.

 빵쟁이 정지은 블랑제는 차근차근 비엔블랑 시즌2를 준비중이라고 슬쩍 귀띔한다. 맛있는 빵을 멋있는 공간에서 음미하며 즐길 수 있도록. 비엔블랑 확장, 두 번째 빵 유학 등 다양한 선택지를 앞에 두고 유쾌하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만들어나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비엔블랑 정지은 블랑제 대표 인터뷰 & 잠실플에이 투어 이모저모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비엔블랑

☗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188 

☎ 070-4200-0362


이전 02화 수제맥주와 놀자 ‘슈타인도르프’ 잠실플레이#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