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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프랜 Oct 19. 2024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일할 마음에 시동을 거는 방법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필사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책 뒷부분에 있는 '갭이어를 돕는 질문들'을 보며 셀프 질문을 해봤다. 말하자면 갭이어 중간점검.

왜 퇴사했는지,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삶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꽤나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다음 방향성을 생각하는 갭이어 중이자, 슬슬 생계를 위한 파트타임 잡이 필요한 상태. 그리고 더 나아가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에 서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2023년 5월 10일 일기에서


얼마 전 '프리랜서 일 구하는 법' 온라인 강연을 들었는데 아주 알찼다. 이날 들은 내용을 토대로 프리랜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중.

8월 안에 완성하는 게 목표여서 오늘은 뼈대를 세웠는데, 대충 틀을 잡고 나니 채울 것들이 보였다. 당장 혼자 할 수 있는 것, 더 배워야 하는 것, 하다 보면 알게 될 것으로 나누어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 2023년 7월 31일 일기에서



구독자님께 쓰는 열일곱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문프랜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언제 이렇게 열일곱 번째 편지가 되었나 모르겠어요. 이번 편지를 보내고 나면 앞으로 단 세 편의 편지만 남았다니!


보낼 편지의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제 갭이어 이야기 속 시간도 어느덧 끝자락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던 23년 여름. 갭이어 막바지에 쓴 일기를 꺼내 봤습니다.


저번 14화에서 22년 11월부터 23년 4월까지의 갭이어 여정을 요약했었는데요. 그 이후로 시간이 더 흘러 23년 5월이 되자, 마치 물살을 타듯이 자연스럽게 갭이어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죠.



모든 것의 시작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노트북 때문이었어요.


저희 집에 있는 PC라고는 배터리를 연결해야만 켜지는 낡은 노트북과 간단한 문서작업이 아니면 돌아가질 않는 조금 덜 낡은 데스크톱뿐이었어요. 갭이어 초반에는 컴퓨터 앞에 일 초도 앉아있질 않았으니 상관없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게 되면서 새 노트북이 필요해졌어요. 


앞으로 뭘 할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뭐든 하려면 새 노트북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고,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결국 새 노트북을 샀습니다. 그와 동시에 지갑에 큰 구멍이 났고요. 모아둔 돈이 슬슬 동나는 걸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그 시점이 오고야 만 거죠.


'정말... 일을...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던 그때, 마침 퇴사한 전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바로 프리랜서 객원 에디터로 일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죠! 제가 익숙하게 해 왔던 일이면서 업무 강도는 그리 높지 않고, 마침 노트북도 새로 샀으니 얼마든지 원격 근무가 가능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저 할래요!' 하고 외쳤습니다. 익숙한 작업으로 일하는 근육을 다시 붙일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생각해요.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타이밍 덕분에 저는 23년 6월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어요. 재택이긴 하지만 해야 할 업무가 생기니 제 하루도 조금 더 규칙적으로 변했습니다. 늘어지게 쉬기만 하던 백수 일상에 약간의 긴장감이 생겼달까요? 


무엇보다 짐작만 하던 프리랜서의 삶이 실제로도 꽤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콘텐츠 편집'이라는 일을 '프리랜서'라는 형태로 하는 게 '제 우물의 카테고리와 그릇의 크기'(16화 참고)에 알맞게 느껴졌어요. 저 혼자 집중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시간과 장소에 상대적으로 덜 매여있는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얼렁뚱땅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고부터 한 달이 지나서 7월. 우연히 알게 된 인스타그램 계정 '프리랜서 생존키트' (@freelancer.survival) 에서 열어주신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됩니다. '프리랜서 일 구하는 법'을 주제로 세 분의 프리랜서가 릴레이 강연을 하셨는데요. 이 강의를 통해 프리랜서는 포트폴리오가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직에 속하지 않은 채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진짜 프리랜서'라기보다는 '프리랜서 체험판' '프리랜서 지망생'에 더 가깝다고 여겼어요. 전 직장 말고도 새로운 곳에서 일을 따내야 진정한 프리랜서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죠. 그리고 어디서든 일을 따내려면 결국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마 이때의 저처럼 지금 갭이어의 막바지 구간에 있다면 '이제 슬슬 일을 다시 해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취직이든 이직이든 창업이든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정리하는 작업이 최소 한 번은 꼭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포트폴리오를 만든 과정을 공유해 볼게요.



포트폴리오 만드는 과정 


1.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부터 정하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전에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부터 정리해 봤어요. 여기에는 16화에 소개한 '우물 찾기'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저는 정리해 보니 '조리 있는 글을 써서 목적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하는 일'과 '글, 사진, 뜨개 등의 창작물로 영감을 공유하는 일'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에디터이자 창작자'로 저를 먼저 정의했습니다. 우선은 전자를 본업으로, 후자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해 보기로요.


2. 포트폴리오 형태와 구성 잡기

저는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요. 업계와 직무에 따라 포트폴리오 형태는 다르겠지만 순전히 제 경우로만 따지자면 저는 결과물이 대부분 '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PPT로는 잘 담아내기 어려워서 노션을 활용했어요. 맨 위에는 간단한 요약과 제 스킬을 먼저 기재한 후, 상세한 작업물을 그 아래에 배치했어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저를 어필할 수 있는 강점과 업무 가능한 범위를 명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3. 더 채울 것과 우선순위 정하기

이렇게 뼈대를 잡고 어떤 내용을 넣을지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더 채울 항목이 보여요. 내가 더 키워야 할 스킬이나 더 넣어야 할 이력 같은 것들이요. 저는 그 항목들을 '당장 혼자 할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 배워야 하는 것',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으로 나누고, '당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먼저 하기로 정했어요. 예를 들어서,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창작자' 항목에 딱히 넣을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미루기만 하던 '나만의 창작물 만들기'를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높였어요.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읽고 계시는 <나의 갭이어 일기>랍니다.


4. 당장 이력이 없다면 '샘플' 만들기

프리랜서 생존키트 강연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당장 아무 이력이 없지만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샘플'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었어요. 마케팅이라면 특정 마케팅 사례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본 것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도 '샘플 콘텐츠'를 만들어서 포트폴리오에 넣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든 제 실제(!) 포트폴리오를 아래에 살짝 보여드릴게요. 포트폴리오를 만들다 보면 다른 사람들 것을 참고하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만약 원본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셔도 좋습니다.


문프랜 포트폴리오 구경하기 >> https://bit.ly/franmoon




제 포트폴리오 어떠셨나요? 정말 다 보여드리는 느낌이라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꾹 참고 용기 내서 공유해 봤습니다.


꼭 당장 갭이어를 종료할 계획이 없더라도 중간점검처럼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해요.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들을 훑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남은 갭이어를 어떻게 보낼지 자연스럽게 방향이 보이거든요.


당연히 쉽지는 않아요. 저도 이 포트폴리오를 지금까지 세 번 넘게 수정했고, 앞으로도 저에게 더 알맞고 효과적인 형태로 계속 업데이트 할 예정이에요. 한 번에 마음에 드는 포트폴리오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두고 오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정리해 보세요.


어쩌면 여유 시간이 충분한 갭이어야말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일할 마음에 시동을 거는 방법인 거죠!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다가오는 끝에 아쉬워하며,

프랜 드림.




추신.

구독자님, 갭이어를 마친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싶으세요?


일하는 근육을 다시 붙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보는 것 외에도 구독자님에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혹은 포트폴리오 정리에 대한 팁을 공유해 주셔도 좋고요! 


댓글 혹은 구독자 전용 익명 방명록에 이야기 남겨 주세요. 구독자님의 답장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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