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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프랜 Oct 19. 2024

나의 첫 프리랜싱

갭이어와 프리랜서 사이의 '디졸브' 기간

상반기는 지친 몸과 마음을 비워내고 회복하는 갭이어였다면 하반기는 조직 밖 프리랜서의 삶을 시도해 보기 위한 갭이어가 되길 바란다. 내 성향대로 무리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준비하는 시간.

- 2023년 7월 1일 일기에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실제로 미팅에서 써먹었고, 새로운 일감을 얻었다! 프리랜서 콘텐츠 에디터로서의 공식적인 첫 미팅이었는데 회사 안에 있을 때에는 전혀 몰랐던 인사이트를 얻어서 아주 뜻깊었다.

- 2023년 8월 31일 일기에서



구독자님께 쓰는 열여덟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문프랜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오늘 편지는 나의 '첫' 프리랜싱이라는 제목에 맞춰 '시작'이라는 단어로 열어볼까 해요. 


시작은 은근히 애매한 단어예요. 분명히 출발선에서 눈치 보며 움찔거리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아,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이미 시작했었구나.' 뒤늦게 깨닫는 일이 많거든요. 조용히 피어나는 봄꽃처럼 늘 신호 없이 시작되는 게 바로 '시작'인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시작이라는 단어에 꽂혔냐면요. 사실 갭이어를 마무리하고 프리랜서를 시작하기로 한 그 시점이 저도 참 애매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특정한 시기를 정해서 '오늘 갭이어를 종료하겠어!' 선언한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생각해 보니 '어... 이제는 갭이어라고 할 수 없겠는데...?' 싶었던 것에 가깝거든요.


왜, 영상 효과 중에도 디졸브라는 게 있잖아요. 앞의 장면이 은근슬~쩍 사라지는 동시에 새 장면이 은근슬~쩍 나타나는 효과. 제 갭이어도 그렇게 은근슬~쩍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시점, 끝과 시작이 교차하던 작년 여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지난 17화에서 말했죠. 전 직장 말고도 새로운 곳에서 일을 따내야 '프리랜서 체험판'에서 '프리랜서 정식판'으로 거듭날 거라고 생각했다고요. 그리고 23년 8월, 그 기회가 실제로 제게 주어졌습니다.


물론 저 혼자의 힘으로 한 건 아니에요. 전 직장에서 동료로 알게 된 지인께서 정말 감사하게도 저를 소개해 주셨거든요. (프리랜서의 꽃말은 '알음알음'입니다 프리랜서 지망생 여러분! 모두 기억하세요!!)


저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제 연락처를 넘긴 후 대면 미팅 일정을 잡았어요.


지인의 소개로 연결되긴 했지만 실제로 성사가 되느냐 마느냐는 제게 달린 일. 귀한 기회인 만큼 잘 해내고 싶어서 나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우선 공식 웹사이트, 공식 SNS, 회사 소개서 등 제 선에서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 클라이언트의 히스토리를 모두 살펴봤고, 핏을 맞추기 위해 어떤 것을 물어봐야 할지 질문 리스트도 미리 정리했습니다.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범위,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레퍼런스도 준비했고요.


미팅 당일에는 엄청 떨렸어요. 인생에서의 첫 '회사 밖' 일이기도 했고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기도 했거든요.


다행히 인생 첫 프리랜서 미팅은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했습니다. 30분쯤 지나니 점점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같이 할지 말지 바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클라이언트의 배경과 니즈를 파악하고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서로의 이해도를 맞춰가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편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책과 인터넷 세상에서 얻어들은 프리랜서 선배님들의 말도 속으로 열심히 되새겼습니다.


'만약 이게 성사되지 않더라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서로 핏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첫 미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사실 조금 기쁘기도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은지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도 회사에서 배웠던 게 사라지지 않고 제 안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한편으로는 회사 안에서만 일했을 때는 전혀 몰랐던 인사이트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고요.


이후에도 일의 종류, 방식, 비용, 기간, 수량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몇 번의 통화와 메일이 오간 끝에 마침내 협업이 확정되었습니다. 계약서를 썼고 약속된 기간 동안 약속된 수량의 작업을 무사히 마쳤고 약속된 비용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첫 미팅부터 계약 종료까지, 회사 밖에서 처음으로 일을 구해서 한 사이클을 온전히 돌려본 것이죠!



이렇게 저의 첫 프리랜싱이 시작되는 사이 갭이어는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지만 막상 해 보니 생각만큼 좋았고, 더 이어가고 싶어서 다른 프로젝트까지 구하게 되었으니 이제 저를 어엿한 정식 프리랜서로 불러도 될 것 같았거든요.


무엇보다 제게도 '일할 마음'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스스로 일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그 감각이 참 좋았습니다.


저의 첫 프리랜싱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내가 충분히 잘 쉬었고 이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어요. 



문프랜은 그렇게 프리랜서가 되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참 좋겠지만, 프리랜서가 되었다는 건 엔딩이 아니에요. 오히려 끝없는 시작에 가깝습니다.


사실 올해 1~2월에는 외주가 끊기고 재정적으로 휘청하며 전혀 '해피'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요. 다행히 3월부터 다시 조금씩 일이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넉넉하지는 않고요. 계속 나를 알리고 일거리를 끌어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주 막막해지는 게 프리랜서의 현실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는 프리랜서에서 더 나아가 '프리워커'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외주에만 의존하는 프리랜서보다 주체적으로, 스스로 일을 만드는 개념이 프리워커라고 하더라고요.


이를 위해 남은 2024년과 내년 2025년은 프리워커로서의 나를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시간으로 보내려고 해요. 물론 그 사이사이 생계도 잘 감당해 내면서요!




오늘 편지를 마무리하기 전, 저처럼 갭이어 이후의 스텝으로 프리랜서를 고려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제가 프리랜서로서 일을 구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짧게 공유해 보려고 해요.


시작은 늘 애매하고 망설이게 되지만, 아래의 일들을 하나씩 준비한다면 갭이어와 프리랜서 사이의 '디졸브' 기간이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이미 시작해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요!



내가 프리랜서를 시작한 과정


1. SNS를 공개로 바꿨다 (23년 4월)

오랫동안 제 지인들에게만 열어뒀던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로 바꿨습니다. 프리랜서든 뭐든 회사 밖에서 하려면 언제까지고 비공개로 둘 수는 없겠더라고요. 새로 계정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 봤지만 기존의 인맥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기존 계정을 활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저는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2. 프리랜서 할 거라고 티를 냈다 (23년 7월)

공개로 바꾼 인스타그램에 '나 프리랜서 할 거야! 포트폴리오 만들고 있어!' 선언하고 티를 내봤습니다. 부끄럽더라도 일단 지르는 걸 추천해요. 제게 '첫 프리랜싱' 기회를 연결해 준 지인도 이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준 거였거든요!!


3.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23년 8월 초)

이건 17화에서 자세히 말씀드렸죠. 가능한 미리 만들어둬야 내가 무슨 일을 하는 프리랜서인지 스스로 정의할 수 있고, 누군가가 '너 무슨 일 한다고 했었지?' 물어볼 때 설명하기도 좋아요. 아예 SNS 프로필란에 포트폴리오 링크를 올려두는 걸 추천해요.


4. 명함을 만들었다 (23년 8월 말)

명함 만드는 건 어려울 줄만 알았는데 막상 알아보니 생각보다 쉽고 가격도 저렴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오프린트미'를 사용하는데 (광고 아닙니다!!!) 따로 디자인하지 않고 제공해 주는 템플릿을 응용해서 깔끔하게만 만들었어요. 앞면에는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뒷면에는 이름, 이메일, SNS, 그리고 만들어 둔 포트폴리오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넣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명함 무료제작 쿠폰을 주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노리면 배송비 3천 원만 내고 명함 50장을 만들 수 있어요.


5. 인맥을 늘렸다 (24년 1월 ~ 현재 진행 중)

2023년은 운 좋게 기존의 인맥만으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더 오래 프리랜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맥을 더더더 늘리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사귀기 어려워하는 내향인에게는 이 생각 자체가 정말 놀라운 변화였는데요. 고민 끝에 올해 1월 초부터 '파인더스 클럽'이라는 온라인 기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제 좁디좁은 인맥을 조금씩 넓히고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 남은 19화와 20화, 두 편에서는 갭이어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나의 갭이어 일기>를 쓴 여정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실 거죠?


그럼 이만 줄일게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은근슬~쩍 찾아올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며,

프랜 드림.




추신.

구독자님,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나요?


프리랜서라고 전부 혼자 일하는 건 아니니 '조직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프리랜서는 완전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거든요.


구독자님도 프리랜서에 관심이 있나요? 프리랜서를 한다면 어떤 일로 하고 싶나요? 반대로 프리랜서는 나에게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도 궁금해요.


프리랜서/프리워커에 대한 생각, 고민,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혹은 구독자 전용 익명 방명록에 남겨 주세요. 구독자님의 답장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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