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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현 Nov 21. 2015

세차게 뺨을 맞아도

011 "절대적인 절망 속에 숨겨진 완벽한 희망을 찾으라"






절망 속에도 언제나 희망이 있다 절대적인 절망 속에 숨겨진 완벽한 희망을 찾으라










"세차게 뺨을 맞아도"

찍어놓고서 두고두고 좋아하는 내 사진 제목이다.


어느 집 돌담에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거기엔 가련한 제비꽃 한송이가 감당키 어려워 보이는 강한 바람에 가까스로 맞서고 있었다. 연약한 줄기가 부러질 듯 휘청이고 있었고 꽃송이가 이리저리 돌에 부딪쳤다. 바람에게 한 대, 돌담에 한 대 번갈아가며 세차게 뺨을 맞고 있었다. 그 모양이 안쓰러워 다가가 보니 용케도 줄기가 상하지 않고 꽃 이파리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소박하고 여리지만 바람과 돌담에 맞서서 용감히 견뎌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한 장 찍었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세차게 뺨을 한 대 얻어맞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언젠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와 그의 아들 히카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촉망받는 소설가에게 뇌질환을 앓는 아들이 태어났다. 큰 수술 이후로 완전히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자라면서 클래식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기적적으로 음표를 그리며 작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태어나면서부터 재기 불능이 될 정도로 세차게 뺨을 맞았지만 아들 히카리에게는 세상과 소통할 '음악'이라는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인 오에 겐자부로는 아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히카리를 닮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작품은 명작이 되었고,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되었다. 그에게는 중증 장애인 아들이 태어난 것이 세찬 뺨을 맞은 것이었지만, 사실 그에게는 그 아들이 가장 큰 희망이었던 거다.







산양은 절벽을 뛰어다닌다. 가끔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산양들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마구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묘기에 가깝다. 가만히 서 있으면 마치 절벽에 조난된 것만 같다. 하지만 아슬아슬 위태로워 보여도 떨어지는 법은 없다. 비결은 산양의 발에 있다. 발굽 모양이 살짝 튀어나온 바위라도 정확히 짚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절벽이 험하고 위태로워 보여도 그런 발을 가진 산양에게는 천적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도록 해주는 견고한 산성이 된다.







어디 산양만 그런가? 우리 주변에는 안타까운 환경을 자신의 연약한 무기로 극복해내는 이웃들이 참 많다. 해마다 가을  하늘을 가득 수 놓는 잠자리만 해도 그렇다. 비칠 정도로 얇으며 찢어질 듯 가볍고 연약한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날개로 바람을 타고 높은 세상을  비행한다. 우리가 흔히 가을에 보는 된장잠자리는 심지어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횡단하기도 한다.










절망 속에는 언제나 희망이 숨겨져 있다. 절대적인 절망 속에는 완벽한 희망이 있는 법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장애인인 아들 '히카리(일어, 빛)'에게서 빛을 발견했듯, 산양이 위험천만한 절벽을 볼 품 없는 발굽으로 뛰어다니듯, 잠자리가 투명하고 연약한 날개로 바다를 건너듯, 당신은 절망 속에서 완벽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험한 바람이 불어와 세차게 뺨을 때려도, 이미 당신에게는 그 바람을 견뎌낼 수 있는 부드러운 줄기가 있으며, 생명의 꽃술을 지켜 줄 나긋나긋한 꽃잎이 있다. 오히려 그 바람이 꽃을 흔들어 생명을 잉태시켜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차게 뺨을 맞아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바람은 결코 당신을 꺾을 수 없다.










오늘도 세찬 바람을 맞고 계시는 분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오늘은 수많은 뺨을 맞고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제 생일입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희망을 품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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