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행복은 존재에서 온다"
진정한 행복은 존재의 목적을 따라 사는 삶에서 온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뜻 선선한 바람이 불면, 가을 들녘의 꽃들은 추운 겨울을 지날 단단한 씨앗들을 준비한다. 벌들은 찬 서리 내리기 전에 피어준 꽃들이 고마운 양, 분주히 날갯짓을 하며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닌다.
계절이 깊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을 꽃들은 금세 떨어지고 한 해 동안 수고했던 나무 이파리들도 색이 바래어 떨어진다.
나는 무심코 그들을 밟고 지나다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버려진 쓰레기 취급도 했었다. 그러다 문득 최소한 그들은 나와 달리, 완벽하게 자기 존재의 목적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꽃과 나뭇잎은 열매를 위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짧은 사이 시들어 바닥에 그 잎을 뿌린다. 나뭇잎은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지만 결국 그들도 마찬가지로 떨어져 거름이 된다. 꽃과 잎은 그렇게 열매를 남긴다.
열매또한 자기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열매는 씨앗을 위해 있다. 제 안에 양분을 쌓아 씨앗의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오롯이 씨앗을 위해 자기를 살찌운다.
씨앗은 새싹을 위해 있다. 몸을 깨뜨려 열매를 썩혀 새싹이 양분을 잘 얻도록 자기를 희생한다. 씨앗은 새로운 풀, 다음의 나무를 위해 존재한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작은 벌레 한 마리... 세상의 모든 것이 '누군가를 위해'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나는 가인처럼 "내가 동생을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되묻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누군가를 위해' 살도록 만드셨다.
세상의 만물은 자기 존재의 목적대로 살아간다. 거기에 참된 행복이 있다. 꽃과 잎은 열매를 위해, 열매는 씨앗을 위해, 씨앗은 한 그루의 나무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그들의 행복이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있어야 할까?
내 만족만을 위해 살고, 혼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기적이고 교만한 내게,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나뭇잎을 함부로 밟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있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부터 행복은 시작된다. 온 자연이 우리에게 선생이 되어 그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오늘 우리가 불행하다면 당장 '누군가를 위한' 존재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존재의 목적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