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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현 Oct 04. 2015

가을 코스모스의 기다림

#003 "사람은 시련을 통해 여물어 간다"




희망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 여물어 간다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이 지천에 가득하다. 산수유꽃으로 시작해서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과 백일홍을 거쳐 아카시아와 장미로 이어지며 어느덧 세상은 꽃천지가 된다.


꽃을 보며 늘 궁금한 것이 있다. 꽃은 왜 서로 다른 시절에 피는 걸까? 한꺼번에 피었다가 씨를 내고 한 날 한 시에 지면 안 되는 걸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벌이나 나비 같은, 꽃에 기대어 사는 친구들이 일 년 내내 살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각각의 시간을 배려하신 것이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꽃이 피는 시간이 제각각이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든 꽃이 무서운 시련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감사하게도 농촌에서 자라 학교에서 농업을 배운 탓에 알게 되었다.


겨울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고 꼬마전구를 꽃나무에 칭칭 감아두면 그다음 해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겨울에 나무가 따뜻하면 봄에 좀처럼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꽃들은 일부러 꽃나무를 냉동실에 넣어두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코스모스나 국화는 뜨거운 여름을 지나야 꽃을 피운다.


곡식도 꽃과 매한가지다. 보리는 매서운 겨울을 땅 속에서 지난 후에야 열매를 맺고, 벼는 뜨거운 삼복더위를 지나야 결속이 여물어 간다.







아직 인생의 꽃도 피지 못했는데 매서운 시련을 겪고 있다고,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열매는커녕 숨 쉬고 살 희망조차 잃어버린 것 같다고...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이 절망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예쁜 꽃이 피어나려고, 인생의 열매가 여물어 가느라 고통이 오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니 희망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도 시련을 통해 여물어 간다. 따뜻한 봄날, 남들은 다 피어나는데, 나만 아직 웅크리고 있다고 실망하지 않아야 한다. 내 인생이 아직 피어나지 못했고, 열매도 열리지 않았다면 아직 나의 때가 오지 않은 까닭이다. 나는 봄 꽃이 아니라 가을꽃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이제 곧 장미는 자신의 때를 지날 것이고,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고, 그리고 이제 곧 코스모스가 지천에 흐드러진 드높은 가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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