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 영화 <소울>
영화 소울을 보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사이드 아웃>, <코코>를 정말 인상 깊게 봤다. 메시지와 영상미 모두 완벽했던 두 작품 때문에 <소울>을 꼭 보고 싶어서 코로나19로 위험한 와중에 영화관을 찾았다. 요즘의 나를 다독여줄 메시지도 필요했고.
영화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부족했고를 따지고 싶진 않다. 그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하고 싶다.
꿈만 좇는 인생은 오로지 내가 이뤄야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린다. 오직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한눈도 팔지 않고 열심히 달린다. 그렇게 일평생을 한 가지 꿈을 위해 달리다가 그 꿈을 이루는 순간! 엄청난 기쁨을 맛보겠지만 그 기쁨도 잠시,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조' 역시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서게 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가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허무함 그 자체였다. '매일 밤, 무대에 서는 거지.' 물론 매일 밤 꿈의 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것도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가 느낀 허탈함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공감됐다. 이미 바다에 있으면서도 이것은 그냥 물일뿐이라며, 바다를 찾고 싶다는 물고기 이야기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도 꿈만 보고 달리느라 인생의 아름다운 면면을 놓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꿈을 위해 사는 것이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꿈을 좇으면서도 우리는 하루하루 소중한 이 시간들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것. 이 영화의 쿠키 영상을 보기 위해 엔딩 크레디트를 지켜보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내가 집착하는 것들을 떠올려보니 커리어를 쌓기 위해 급급한 인생이 아니었나 싶다.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이 멀어졌던 기억들도 떠올랐다. 내가 어떤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 일에 미쳐서, 아니 일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을까?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친 풍경들이 분명 더 있을 것이다.
최근에 했던 프로그램만 해도 그렇다. 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자체에 매달리느라 숲 냄새, 바다 냄새 한번 제대로 맡지 못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왜 이렇게 여유를 갖지 못하고 허겁지겁 달려가는데 급급했을까.
영화 내용 중 우리가 태어나기 전, 성향이 결정되는 순간이 있다는 포인트가 정말 흥미로웠다. 제리라는 존재는 각 영혼들이 특정 성향을 훈련받도록 해당 공간으로 밀어 넣는데 아마도 나는 엄청난 열정, 집착, 세심함, 걱정 파트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저 한량 파트나 자기애가 넘쳐나는 파트에 넣어줄 것이지!
22가 마지막 불꽃을 찾는 과정이 다소 애매하게 그려졌지만, 그 불꽃을 찾아야만 지구로 갈 수 있다는 설정도 굉장히 의미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으니까.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마음속 깊이 불꽃을 품지 않으면 지구로 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열정인가. 이런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디즈니답고, 또 한 번 대단함을 느꼈다.
<코코>처럼 펑펑 울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으나 생각보다 심심했던 건 사실이다. 음악이 메인도 아니었고. 하지만 일에 치여 소중한 걸 놓치고 있는 삶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