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들의 학교폭력 기사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꽤 오래된 프로배구 팬이다. 정확히 몇 년도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배구를 본격적으로 좋아한 지는 어림잡아 15년 정도가 됐다. 한선수 선수가 대한항공에 입단할 때 즈음 본격적으로 배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특정 팀을 응원하기보다는 공격수들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보면서 배구의 매력에 빠졌다. 어릴 때도 가끔씩 배구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전문 지식은 없는 상태에서 신진식, 김세진 선수의 플레이에 감탄했던 기억만 난다. 특히 신진식 선수의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요즘 예능 출연하시던데 곧 만나 뵐 수 있길...)
남자 프로배구 경기는 웬만하면 다 챙겨 보는 편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인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닥본사는 기본이고, 코로나19 때문에 현재는 경기장에 갈 수 없지만 웬만하면 직관을 하는 편이다. 계양, 장충, 의정부, 대전, 안산, 수원, 천안까지! 나의 배구 메이트인 단짝과 함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배구에 진심인 팬이었다. 그래서 10월부터 3,4월까지는 모든 약속을 잡기 전에 배구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덕분에 몇 년 전부터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 스케줄표에 배구 경기 일정을 가장 먼저 표시해두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앞서 살짝 밝혔지만 나는 한선수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실력과 미모(?), 재치를 겸비한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정작 그에게 왜 인기가 많은지를 물으면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 것 같다는 대답으로 몇 년째 자신의 매력을 하향평준화시키고 있다. 이미 오래전 결혼을 해서 세 딸의 아빠가 된 한선수 선수. 만약 배구에 대한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면 그의 매력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써보도록 하겠다.
사실 오늘 배구에 대한 글을 급히 쓰게 된 건 요즘 프로배구계가 조용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선수들의 학교폭력 사태 때문에 안 그래도 시끄러운데, 오늘은 남자 프로배구 선수 두 사람의 실명이 거론되며 과거에 저질렀던 학폭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선수는 OK저축은행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송명근, 심경섭 선수인데, 아직 쌍둥이 선수들의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학폭이 확인돼 KOVO 가 어떤 입장을 내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폭력 행위는 당연히 가해자로 밝혀진 선수들의 잘못이다. 아무리 어린 나이었다고 한들 (고등학생은 그리 어리지도 않지만) 타인을 말로, 신체적, 정식적 학대로 폭행을 저지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일인가. 그러나 더 문제가 된 것은 자신이 다른 선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SNS를 이용해 피해자로서의 심정을 밝힌 부분이다. 본인의 지난 잘못은 생각지 못하고, 그런 글을 공공연하게 게재한다는 것은 이미 그녀에게 과거의 과오는 씻은 듯이 지워진 기억이라는 뜻이 아닐까. 사람이란 동물이 이렇게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인색하다.
한참 시즌 중이라 학폭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두렵지만, 만약 정말 잘못을 한 선수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린 사람은 잊어도 맞은 사람은 평생 기억한다는 말이 있듯, 배구계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 타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한 이가 있다면 당장 사죄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거라는 생각은 오만한 판단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언젠간 배로 돌려받게 될 것이다.
KOVO는 시즌 아웃은 물론, 배구계에서 이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징계 처리할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일이니 어영부영 넘기겠다는 태도는 몇 해 전부터 달아오른 프로배구계의 인기를 단숨에 식게 만들 수 있다. 10년 전, 프로배구계에 불어닥친 승부조작 사태 이후로 이런 큰 논란이 불거져 걱정스럽긴 하지만... 잘못된 걸 바로잡지 않으면 프로배구는 발전할 수 없다.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선후배 군기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군기를 잡는 행위를 문화로 일컫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되지만, 이제라도 잘잘못은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 배구계의 오랜 팬으로서, 부디 더 이상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