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 : 휴일이 끝났다

다시 시작된 월요일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긴 휴일이 끝났다. 퇴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미소가 사라졌다. 하필이면 휴일의 끝이 월요일이어서 한주를 풀로 다 뛰어야만 주말이 찾아온다는 현실에 한숨만 쉬어진다. 나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이고, 현재는 기획 단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어서 사실 오늘 쉴 수 있었다. 쉴 수 있다는 말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집에서 놀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출근을 하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리적으로는 압박이 덜했다. 재택을 한 나도 이 정도인데... 오늘 출근한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런데 가끔은 9 to 6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회사 생활이든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일을 한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솔직히 자유롭지도 않음) 퇴근 시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저녁 약속을 잡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인데, 만약 6시 퇴근, 7시 퇴근이 정해져 있다면 저녁 시간을 내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말한다.


"우리라고 야근 안 하겠니?"

"그나마 요즘은 회식을 못하지만, 퇴근하면 뭐해... 회식이 2차 출근이지."


이쯤 되면 누구의 일상이 더 불행한지 배틀을 붙는 꼴이다. 내가 더 힘들다, 우리 바닥이 더 거지 같다, 나는 이 정도도 참고 일한다 등. 하지만 모든 불행 배틀의 끝은 쓴 술잔을 비우면서 털어낸다. 우리 다 힘들구나.


나보다 두 살 위인 친언니는 오래전부터 가게를 내고 싶어 했다. 하필이면 코로나19가 터져서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요식업에 오래 종사한 언니의 손맛을 아는 나는 언니가 뭘 해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만약 언니가 가게를 차린다면 나는 적극 지원을 해줄 것이고, 주말 약속이 없으면 언제든 알바를 자청할 계획이다. 그리고 부족한 글빨을 이용해 여기저기 홍보를 할 계획이다. 그런데 언니는 회사만 다녔던 사람이라 사업의 무서움을 아직 모른다. 그저 행복한 날들이 지속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내 주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물론 잘 되는 경우도 많이 봤고, 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지만 모두의 충고는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였다.


특히 속옷 사업을 하는 후배는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해야 해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지 오래됐다며 함부로 뛰어들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 일이 참 거지 같지만 레귤러 프로그램을 했을 때의 안정감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했다. 물론 그녀는 1년 정도 올인하다가 방송 일도 병행할 거라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방송 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여 다행이지만 역시 사업으로 일어서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프리랜서인 나도, 회사를 다니는 친구도, 사업을 하는 후배도 모두가 너무 힘들고 버겁다. 서로 각자의 상황이 있고, 각자가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 타인의 삶이 상대적으로 행복해 보일 수는 있지만,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시경이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의 고민을 내놓으라고 한 다음 놓인 고민 중 하나씩 가져가라고 한다면 결국 본인이 내놓은 고민을 집어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타인의 삶은 부러워하지만, 막상 보이지 않는 그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뒷걸음질 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민과 걱정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시련.


설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 나는 매사에 중간이 없는 게 문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까, 벌써 2월도 절반이 지나갔다는걸.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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