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 종이책과 전자책

종이책을 넘기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3월, 브런치가 밀리의 서재와 협업 프로젝트를 연다고 한다. 20명의 작가를 뽑아서 전자책 출간을 시켜준다고 한다. 브런치는 언제나 그러하듯 실력 있는 신인 작가 배출에 노력하는 플랫폼이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나는 종이책을 넘기고 있었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유독 책을 읽는 행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책을 읽었고, 막내작가 시절에도 바쁜 와중에 잠깐의 휴식이 주어지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 가방이 무거운 이유 중 하나가 항상 가방 속에 들어있는 책 때문이었는데, 집착의 산물처럼 책에서 멀어지기란 쉽지 않았다. 요즘이라고 다르진 않다. 친구를 기다리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또는 출근길에 덥석 책을 사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지인들은 요즘 누가 종이책 사서 읽냐며 전자책 리더기를 사라고 추천하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책으로 글을 읽는 것이 좋다.


내가 종이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1. 같은 내용을 읽어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가독성이 높아진다.

2. 종이책도 오랜 시간 보면 피로감이 생기지만, 확실히 전자책을 읽을 때 눈의 피로도가 훨씬 높아진다.

3. 종이책을 넘기며 보는 그 맛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종이책의 단점도 있다.

1. 내 방의 사이즈는 한정적인데 자꾸만 늘어나는 책들 때문에 공간의 압박이 가해진다.

2. 가방의 무게를 줄일 수 없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 후배의 리더기로 짧은 단편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휴대하기가 용이하고, 무게도 가볍고,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꽤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를 넘기는 손맛과 낱장으로 엮어진 한 권의 책을 소유하는 것의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는 걸 극혐하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까지 기울이느라 또 하나의 일이 늘어버렸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좋다.


과연 나는 언제쯤 종이책과 이별을 고하고 전자책을 마주하게 될까. 그 순간을 마주하면 지금 내 책장에 꽂혀있는 수백 권의 책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끼는 책들은 표지와 제목, 작가님의 이름만 봐도 애틋하다. 아주아주 나중에 이 책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해보려 노력해도 이놈의 사랑스러운 책들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다. 그런 의미로 전자책 리더기는 내년을, 내후년을 기약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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