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일 : 폐업

좋아하는 빵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빵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동네 빵집 중 유일하게 방문하는 빵집을 지정해두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빵 안에 든 재료만 보더라도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퀄리티가 달랐다. 그리고 많은 양의 빵을 내놓기보다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인지 조금씩 시간대별로 만드시는 것 같았다. 그 빵집을 가면 꼭 먹는 빵이 있었는데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호밀빵과 밤이 잔뜩 들어간 밤식빵, 그리고 초콜릿이 왕창 들어간 초코빵이었다. 이 초코빵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뚝뚝한 사장님과 내가 말을 트게 해준 빵이다.


항상 똑같은 빵만 사 가는 나에게 하루는 사장님이 서비스로 초코빵을 주셨다. 무뚝뚝한 스타일의 사장님이라 딱히 말을 주고받지 않았었는데 갑작스러운 서비스에 당황한 건 내 쪽이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짧게 하고 집으로 돌아와 맛이나 볼까 하고 초코빵을 먹어보았다. 전자레인지에 20초를 돌려먹은 초코빵의 맛은 거의 천국의 맛이었다. 너무 심각하게 맛있다고 느낀 나는 다음 날 다시 빵집을 찾아 초코빵을 몇 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 서서 나도 모르게 사장님께 이런 말을 했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초코빵 진짜 미친 맛이던데요!?"

사장님은 훅 들어온 손님의 한 마디에 당황하셨지만 '초코빵이 마니아가 많아서 이것만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웃으며 대답해 주셨다. 앞으로 초코빵은 무조건 사갈 거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콧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 문자 한 통이 왔다.

[OO 빵집, 4월 1일까지만 영업합니다. 기한 내에 쿠폰, 적립금을 사용해 주세요^^]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다가 '헉'이라는 소리가 실제로 입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은 무슨 일 있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문자를 보여주었다. 어이없다는 듯 나를 째려보는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걸어서 15분은 걸리는 이 빵집은 밀가루 맛을 싫어하는 내가 굳이 찾아가서 빵을 사 먹을 정도로 애정 하는 빵집이라고 하자, 폐업하기 전에 매일 가서 빵을 사 먹으라는 당연한 조언만 해주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애정을 붙이기 시작한 지 이제 반년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밥을 먹고 빵집에 들렀다. 작은 빵집 안에는 이미 세 팀 정도의 손님이 있었다. 나는 제일 뒤에 서서 빵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오후 1시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초코빵은 매진이라고 했다. 속상한 마음을 안고 내 차례가 되어 계산을 할 때, 사장님께 왜 그만두시냐는 말을 하고 말았다. 사장님은 다음 달부터 근처 동네에서 새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차라리 가게를 옮기시는 거면 멀어도 가서 사 먹겠다고 했을 텐데, 새로운 직장이라니. 이제 초코빵은 어디서 사 먹어야 하냐고 앓는 소리를 하자 사장님은 살짝 웃으시며 함께 안타까워해주셨다. 어쩌면 사장님이 더 아쉽고 서운하지 않을까.


동네가 점점 번화하면서 다양한 가게들이 생겨난다. 그 사이 이 동네에서 처음부터 열심히 일을 하시던 사장님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정이 들었던 가게도 있고, 그저 오며 가며 지켜보기만 하던 가게도 있지만 무언가 사라진다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마음을 쓸쓸하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나의 최애 빵집이었던 이곳은 돈쭐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나는 이제 어디서 빵을 사 먹나. (안 먹을 생각은 없는 듯...)


앞으로 5일이 남았다. 매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겠지만, 오늘 먹지 못한 초코빵을 사기 위해서라도 내일 다시 한번 방문할 계획이다. 10개 정도를 사서 냉동실에 넣어둘까 생각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사장님, 다시 빵집 하시게 되면 그때도 이 이름으로 내주세요. 그럼 제가 생각날 때마다 검색해서 같은 빵집이 생기면 꼭 찾아갈게요! 그리고 그때도 초코빵은 꼭 만들어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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