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 반대의 성향
정 반대의 성향을 만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알고 지내던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은 굉장히 점잖고 말씀도 조곤조곤하시며 섬세한 면이 있는 분이다. 작년 여름부터 간간이 일을 하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사근사근한 말투가 굉장히 편안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간단한 프로젝트를 하기로 약속했고, 어제 오후 첫 회의를 위해 만났다. 감독님 외에도 두 명의 직원들이 함께 왔는데 그중 한 명은 공동 대표라고 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는데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성향은 파악할 수 있었다.
공동 대표라는 분은 감독님과는 정 반대로 말씀도 많으시고, TMI에 가까운 정보를 훅훅 흘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상대의 TMI까지 궁금하셨는지 만난 지 10분 만에 나의 나이, 거주 지역에 대해 물으셨다. 숨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적으로 만난 사이에 다짜고짜 신상을 묻는 그의 말에 당황한 건 사실이다.
"대표님 되게 어려 보이시는데요? 제가 대표님보다 많아요. 그것만 아시면 될 것 같아요^^"
본인보다 내가 연상이라고 하자 그럴 리 없다며 정말 어려 보이는데 놀랍다는 말로 그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 후에도 고향 이야기, 집값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꺼내며 대화를 이어 나갔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일 얘기로 전환을 해주셔서 그의 TMI 토크쇼는 마무리되었다.
한참 회의를 한 후, 마무리를 할 즈음 공동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스타일이 너무 다르죠?"
"네? 아, 대표님이랑 감독님이요? 그러게요~ 이렇게 다른 두 분이 어떻게 일을 하세요?"
"오히려 달라서 하는 거예요. 똑같은 사람끼리 더 싸우는 거 알죠?"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비슷한 성향이나 성격을 지닌 사람이 붙으면 더 싸우는 경우가 많다. 나만 해도 나랑 비슷한 성격의 작가랑 매일 붙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지끈하다.
나랑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후배는 정말 정반대의 성향인데, 나는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이행하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고 후배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주의이다. 초반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게 상대의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 수긍한 뒤부터는 오히려 상대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하는 부분은 내가 정리하고, 거침없이 밀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후배가 움직였다. 언젠가 술을 한잔 마시며 연인 사이에서도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이런 거 아니겠냐며, 나도 후배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후배도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힘든 순간에도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후배 때문에 감성에 젖어 슬퍼할 틈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일을 할 때만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아빠와 비슷한 성격인데 집에서 어떤 일이 생기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제일 커진다. 성격도 급하고 치밀한 것도 비슷한데, 나랑 아빠의 의견이 같으면 두말할 것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지만,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누구 하나가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가야 상황이 종료된다. 엄마는 '둘이 성격이 똑같아서 저렇게 부딪히지!'라며 혀를 끌끌 차지만 아빠 딸인데 어쩌겠는가, 유전자가 그렇게 흘러 들어온걸.
퍼즐도 다른 모양의 퍼즐이 만나야 합을 이루듯, 사람 관계에서도 다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야 트러블도 최소화되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 연애를 할 때도 그렇다. 다른 성향의 이성을 만나야 싸울 때도 한쪽의 희생과 양보가 이루어져 큰 싸움을 피할 수 있다. 욱하는 사람끼리의 연애는 너무 불같고, 소심한 사람끼리의 연애는 너무 답답해서 오히려 갈등의 불씨만 키우게 된다.
가족, 직장동료, 친구, 연인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리고 당신과 잘 지내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보자.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