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 건강검진

건강검진을 받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일 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30대에 들어선 후로는 매년 받아왔다. 기초 검사와 심전도 검사, 유방암 검사, 위내시경, 자궁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등 다양한 검진을 두 시간에 걸쳐 받게 되는데 사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해야 하고, 물을 마실 수 없다는 점, 소변을 참아야 한다는 점 등 크게 어렵지 않은 (물론 어제저녁에는 세상 예민했었음) 미션들이다. 아주 다행히도 방송작가협회 회원은 위내시경을 할 때 수면 비만 따로 내면 매년 공짜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협회 회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이 건강검진인 것 같음!)


오늘도 오전 8시 타임에 예약을 잡아놓고 작가 친구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최근에 살이 좀 빠져서 혹시나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스트레스로 인한 몸무게의 변화일 테지. 2주 뒤에 정확한 검진 결과를 받아야 알겠지만, 몸무게에 비해 체지방률은 너무 높고 근육량은 너무 적어서 아마도 운동 부족이 가장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매년 체지방률 지적받음) 몸무게 수치가 줄어들 만 뭐하나 체지방은 그대로인데.


위내시경의 경우 잠에서 깨어나면 가볍게 브리핑을 해준다. 오늘의 브리핑 내용은 간단했지만 색달랐다. 미란성 위염이 살짝 있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단, 짜거나 매운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항상 그렇지만 건강검진 당일 그리고 검진 결과표가 날아오는 날은 아주 기똥차게 실천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멋대로 산다. 최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건지,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조심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건강 검진을 할 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파트는 주삿바늘로 피를 뽑는 순간도, 수면 위내시경을 위해 약을 주입시키는 순간도, 자궁 초음파 검사를 위해 배를 짓누르는 것도, 여성질환 검진을 위해 굴욕 의자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바로 유방암 검사를 하는 시간이다. 유방 검사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방초음파. 그리고 두 번째는 유방촬영술.


아마 여자들 중 유방촬영술을 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왜 그 시간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알 것이다.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에서 조정석이 유방촬영술로 검사를 받다가 비명을 지르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다, 유방촬영술의 방법은 유방을 기계로 짜부(?)시켜서 촬영하는 방식이다.


과거 유방촬영술로 몇 번 검사를 받았다가 아프기도 하고 방사선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초음파 방식으로 전환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정신없이 검진을 받다가 유방암 검사를 뺀다는 걸 깜박했던 것. 아차차 하는 순간 나는 이미 기계 앞에 서 있었고, 놀랍게도 기술은 발전해서 기계는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아픔은 배가 된 것 같다. 남자들의 경우 대다수가 경험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아픔이 어떤 느낌인지 공유하고 싶지만, 아무리 말해도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아픔. 여자들 사이에서 유방의 크기가 작을수록 더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크기와 상관없이 정말 너무 아프다.


이쯤에서 대장 내시경이 더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위내시경을 비수면을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장 내시경은 아직 경험이 전무하여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고, 비수면으로 위내시경을 세 번 정도 해본 결과 굳이 비교하자면!


비수면 위내시경의 고통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유방촬영술의 고통은 유방이 사라지는 것 같다. 결국 나는 아프지 않기 위해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3만 원이라는 돈으로 고통 없이 수면 위내시경을 선택했고, 다음부터는 유방촬영술이 아닌 유방초음파 검사를 선택할 것이다. 아프지 않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는 건데 왜 때문에 고통을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런 의미로 오늘의 검진 결과가 아무 문제 없길. 올해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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