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 포기는 실패가 아니다

누군가 포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게 잘못일까?


어떤 일을 하는데 더 나아갈 자신이 없거나, 지금이라도 그 상황을 내려놓는 게 누군가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거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느낄 때... 우리는 포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포기하려는 자신과 그 상황을 두려워한다. 포기하는 사람은 곧 실패자로 낙인 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포기한다'라는 말을 '실패했다'라는 말과 동일시하는 걸까?


자신의 능력을 객관화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현재 상황을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확고한 판단하에 용기를 내어 포기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믿기 때문에, 이 옷은 내게 맞지 않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핏의 옷이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포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지인 중 한 사람이 자신이 해오던 프로젝트를 더 끌고 가기 힘들 것 같아서 담당자와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음을 곁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왜? 더 버텨보지? 벌써 포기하려고? 와 같은 말을 내뱉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충분히 노력했고,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다양한 기준이 세워져 있듯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앞뒤 맥락 없이 '별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해충 같은 존재였다. 운도 지지리 없지, 그런 사람을 만나다니.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게 만들었으니 해충 같은 담당자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려나?


결과적으로 포기를 결정한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인생에서 마주할 수백, 수만 개의 프로젝트 중 스쳐 지나갈 단 하나의 프로젝트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마음 아팠다. 그는 자신의 힘든 상황보다는 자신의 일로 인해 자기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괴롭고 그것이 마치 자신의 무능함 때문인 것 같다며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서포트해 줬기 때문에 그들도 당신을 따르는 거고, 당신이 준 신뢰와 관계가 그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준 거라고. 물론 나 역시 그 프로젝트의 일부를 도왔다. 다른 어떤 일보다 열심히 해주었고,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떠안았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이 받는 페이보다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힘들고 피곤한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일을 했던 건 그 사람이라면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충분한 페이로 보상해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하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연약한 소리를 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어울리지도 않는 불쌍 모드 집어치우라고 했지만, 몇 번이나 약해지는 그의 모습에 울컥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당신이 포기하는 걸 응원한다. 그렇다고 매사에 하던 일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도망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당신이 매듭지을 수 있는 만큼 마무리한 뒤 아름답게 포기하기를 바란다. 당신의 포기가 실패가 아니란걸, 당신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누군가 당신의 포기를 손가락질한다면 그 사람은 누구든 험담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일 것이고,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니 개의치 않길 바란다.


포기는, 절대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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