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 멀티 플레이어

쏟아지는 일을 해결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일의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인걸 알면서도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못한 쪽의 일에 대한 죄책감 아닌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멀티 플레이어처럼 여러 가지 일을 균형감 있게 정리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일이 몰아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일에 감정적 대처가 아닌 이성적 판단으로만 움직이는 이들이 찌나 대단해 보이던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나에겐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


그러나 연차가 올라갈수록 커다란 일들이 동시에 몰려와 '나부터 해결하시오'라고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처음에는 '이를 어찌해야 하나', '다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겁이 나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라고 멀티 상황이 익숙해져서 착 착 일을 해내고 있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일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여전히 몇 분간은 짱구를 굴리느라 정신이 없다. 최선의 방법,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멀티 플레이가 수월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기에 저리 여유롭게 또는 순조롭게 몇 가지 일을 휙휙 정리하는 걸까? 너무 궁금해서 멀티 플레이에 능한 후배에게 물어보니,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게 방법이라고 했다.


"한 가지 일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방법이 보이면 직진하고, 만약 그 방법이 잘못됐다면 그걸 인식한 순간 바로 돌아서죠. 그리고 그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됐을 때, 바로 다음 일을 시작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앞서 걱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후배는 나에게 말한다. 나는 분명 A를 처리하면서도 B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 거라고.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몸뚱이를 혹사시키는 건 본인 스스로일 거라고. 소름이 돋았다. 나를 정확히 간파당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일을 말끔히 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지?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세요. 어차피 앞서 걱정한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선배의 두뇌가 한 가지 일에 100% 전력투구한다면 일이 금방 끝나서 다음 일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을걸요?"


그래서 오늘 그녀의 지침대로 움직여보려 한다. 오후에 있을 회의 때는 다른 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아예 싹 잊어버리고, 그 회의에만 집중! 과연 내가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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