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든 40세든 뭐든 될 수 있는 나이
돌잡이 설계
우리 아기는 돌잡이 때 청진기를 집었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아빠는 몰래 눈에 잘 띄는 색깔의 청진기를 준비해서 돌잡이 세트에 끼워 넣었다. 이렇게 인생이 만만하지가 않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아야 한다. 돌이 된 아기는 설계된 세상인 줄 모른 채 아빠의 의도대로 해낸 것이었다. 무채색의 돌잡이 용품들 속에서 반짝이는 청진기를 아이가 집어 올렸을 때 의대를 간 것도 아닌데 그만큼 기뻤다. 청진기를 집어든 아이를 목말 태우고 춤을 추니 아기도 신이 났다.
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최고의 인생 경험을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맥락과 아빠의 경험의 지평선 안에서는, 의사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직업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보람, 사람을 살리는 사명을 사회에서 주었다는 자부심이 있는 일.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으니 그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세뇌하려 한다. 그런 일이라면 의사가 아니어도 당연히 좋다.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은 많고 세상에 얼마나 가치를 주었느냐가 밥벌이에 직결이 되니 말이다.
'넛지(nudge)'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돌잡이 청진기처럼, 강요하지 않는 세뇌를 설계할 것이다 돌잡이를 겨우 하는 아기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이끄는 대로 뭐든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마흔 살도 뭐든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어떤 설계된 넛지 속을 살고 있나. 아빠도 지금부터 뭔가를 새롭게 한다고 생각하면 못할게 또 없지 않을까. 뭐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
호모루덴스
아기에게는 모든 것이 놀이다. 진정한 호모 루덴스의 모습이다. '내 방 여행'도 가능하다. 사소한 것에 행복할 수 있고, 순수하게 지금을 즐기면 된다. 같은 장난감도 새로운 배치, 새로운 쓰임이 즐겁다. 어른들은 인공위성의 시야를 빌려 지구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다닐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아이만큼 세상 구석구석을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기는 힘들 것이다. 어른들은 여행하는 삶을 꿈꾸지만 아이들은 이미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매일 새롭고,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인간 본성은 호모루덴스인데, 세상에 나를 쓸데없이 증명하고 내보이려고 아등바등 힘들게 살았었다. 조금 더 솔직하고 행복한 방식으로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진정으로 행복하게 일을 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아기에게 보여주려 한다. 아비투스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주는 무의식적 성향을 의미한다. 행복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아비투스를 흉내 내면, 우리 아이도 따라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는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을 소개하면서 어느 위치에 있든 아비투스의 변화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즐기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얼마나 가졌는지, 어떻게 입고 관리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누구와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숨은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비투스(Habitus)는 습관(Habit)과 같은 어원을 가진, 같은 말이다. 아비투스의 메시지는 성공하려거든 아는 것을 실천하여 좋은 습관을 가지고,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삶이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일일책(一日一冊), 일일일변(一日一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