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스키 Oct 22. 2023

잘 나갔던 아빠의 공부법

메타인지

아빠도 학생 때 잘 나갔다


나는 매년 집계되는 고등학교 의대, 서울대 진학률 순위표에서 인문계 상위권에 빠지지 않는 학교 출신이다. 우리 후배들이 잘해서 대견하긴 하지만 나와 별 상관도 없으니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졸업할 때만 해도 꽤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붙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고, 그전에는 더 아니었다. 그랬던 학교가 이렇게 발전한 데는 선생님들의 노력과 그 후로 계속 자리 잡은 학군의 열기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학생으로서 기억나는,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노력은 여러 모의고사를 수시로 치른 것이었다. 좋은 선생님들의 수업과 자율학습 관리보다도, 연습을 많이 한 것이 당시 좋은 입시결과에 주효했던 것 같다. 수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입시였기에 연습을 많이 시키고 자극받게 하니 학생들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성적대로 상위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독서실 자리를 배정해주기도 했다. 배정받은 자리를 보면 등수를 알 수 있다. 잔인하다기보다 동기부여가 되어 오히려 좋았다. 


나는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 고등학교 다니며 과외를 받아본 적이 없고, 대부분의 공부시간은 학교에서 자율학습으로 보냈다. 선행학습이란 말도 몰랐던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가장 큰 위기는 첫 미분 수학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무슨 말인지 몰라 고통스러웠고,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바로 그날 유명하다는 <수학의 정석>을 사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보기 시작했다. 딴에는 백척간두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것처럼 비장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처음엔 어려워 보였지만 하나씩 빗장이 풀리고 나니 이건 너무나 재미있는 세상이었다.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어졌다.


10대 중반이었던 그날 벽에 가로막힌 절망적인 느낌이 아니었다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스스로 세상의 비밀을 깨우치는 느낌이 얼마나 짜릿한지 몰랐을 것이다. 평범했던 내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자기 주도 학습이었다. 그건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티비에 나오는 학원가에서 과중한 공부량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불쌍한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힘들겠지만 나는 거기서 공부하고 몰입할 때 나오는 그 쾌감 호르몬이 느껴진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그런 시간을 오히려 즐기고 있을 것이다.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공부 비법 두 가지 


누구에게나 집중력이 최대로 올라가는 시간이 따로 있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비법이었다. 내게 집중의 황금시간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였다. 그 시간이면 몰입도가 최상으로 올라가 그때 꼭 어려운 것들을 공부했다. 지금은 딱 퇴근하고 아이와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시간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자투리 시간 활용이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걸으면서도 할 수 있는 공부를 했다. 앉아서 책 보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잘 보이는 내용들이 있다. 삶의 방향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면 모든 시간이 그 길로 가는 과정일 뿐 사실 자투리이거나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고 그리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어릴 때 작은 성공을 이루며 알았다. 


아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재미없을 수도 있다. 아무리 동기부여를 주어도 마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가 1등의 행복을 알았으면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누군가 힘차게 외쳤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맞다. 행복에는 다른 스펙트럼의 여러 모습이 있을 뿐, 1등은 확실히 행복하다. 


메타인지를 늘리는 방법


언젠가 내가 아이를 낳아서 가르친다면 꼭 실천하리라 다짐했던 아이의 공부 방법이 있다. 바로 거실에 책장과 테이블을 두고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아들 셋을 서울대 보낸 이적 엄마는『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에서 아이를 믿어주는 것과, 거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비법이었다고 밝혔다. 거실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메타인지는 생각의 생각이다. 내가 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생각을 조정하는 것.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예상하는 것. 어렴풋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메타인지다. 그래서 공부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한다. 


누구나 부모가 되면 엄마 아빠는 처음이고, 육아도 책으로 배워 잘 모른다. 다만 아이의 메타인지를 키워주려면 부모의 메타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결론 까지는 도달했다.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아야 더 잘해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알고,  줄 수 있는 것 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주어야 한다. 아이의 메타인지를 늘리는 방법은, 부모의 메타인지를 늘리는 것!




이전 13화 육아는 자기계발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