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상이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고 지연되거나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고. 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시간표를 지키려는 데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내 일은 말할 것도 없다. 오로지 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만 케어해야 하는 시간도 벅차다.
우리 아들은 옷 입기를 싫어한다. 옷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살갗에 닿는 까끌거리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머리가 큰 편이어서 티셔츠를 입을 때 머리가 끼어 아픈 이유도 한몫한다. 이유들과 이런 아이들의 특징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영재들이 촉각 같은 감각에 예민한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여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영재고 뭐고 평범한 게 가장 좋으니 옷 입히느라 나가야 하는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으면 싶다.
엄마 아빠의 간절함과는 별개로 아기는 자연인 상태 그대로가 좋은가보다. 벌거숭이로 밖에 데리고 가도 신나게 뛰어놀 기세로 신발을 들고 흔든다. 옷을 입어야 한다고 기싸움을 하다 보면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런 하루가 빠르고, 일주일이, 한 달이 너무나 빠르다.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있다.
마음을 먹으면, 그리로 간다
데일 카네기는 『자기관리론』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여덟 단어(Our life is what our thoughts make it)를 소개하며 이것이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진다"는 말.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나의 생각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한다. 그만큼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 자신 말고는 아무도 내게 평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마음을 먹게 되면, 이룰 수 있다.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하루하루들은 모두 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 본다. 돌이켜보았을 때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 여정이었나 되새겨보는 시간도 상상해 본다. 아기가 커서 원하는 것을 이루고,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상상한다. 고난도 있고, 돌아가게 하는 장애물도 있을 것이다. 방향이 맞다면 결국 도달하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세상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마음 편하게 먹으려 수많은 변명들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아빠의 모습도 그려본다.
하루의 모든 순간이 진심이었나, 사랑이 있었나, 최선을 다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만 안다. 16세기 미켈란젤로가 피렌체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4년 동안 그릴 때였다. 찾아온 친구가 천장 구석진 곳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정성을 들이는 그를 보며 누가 그걸 알겠느냐고 하자, "내가 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날 속이는지 내가 안다.
life is journey, not a destination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는 "인생은 목적지 자체가 아닌 여행의 과정"이라는 말이다.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과정이 곧 인생이며 그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진짜 삶이었다.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 미티가 세계 여행을 다녀온 뒤 발견한, 인생의 정수는 결국 월터 자기 자신이었다.
'내 시간이 없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오는 육아의 현장. 그런데 진짜 ' 내 시간'이 온다면, 그것을 마음껏 누릴 그 삶을 나는 스스로 알고 있는가? 내 시간이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더 힘든 것은 아닐까. 인생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간도 언젠가는 온다. 칭얼대던 아이도 잠이 들것이다. 모든 순간은 내 시간이다. 여정을 즐기는 것보다 오지 않을 원하지도 않는 미래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은 불행하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스스로를 원하는 것으로 세뇌해서 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고, 배우자로 선택하기도 하며, 직업도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연구도 있었다. 예를 들면 치과의사(Dentist) 중에 데니스(Dennis)라는 이름이 많다는 식이다. 이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없이 듣고 되뇌고 말하는데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살아온 인생이든 그냥 되는대로 살았던 인생이든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은 마음대로 다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을 감사한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해본다. 수 백 년 전 미켈란젤로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걸작을 만들어낸 것처럼 내 새끼도 아이도 걸작으로 만들어내리라 다짐하며 거울 앞에서 하이파이브를 해본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면 내일도 잘 보내게 될 것이고, 지금 행복해야 앞으로도 행복할 거라고, 더 많은 시간을 많이 웃고 행복하게 보내자고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