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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Oct 22. 2023

새끼의 새끼의 새끼

뇌 복제 프로젝트 따위


뉴럴링크 프로젝트 


머스크가 꿈꾸고 있는 뉴럴링크(Neuralink) 프로젝트는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해 인간이 AI보다 높은 수준의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는 뇌에 신호장치 칩을 이식하여 컴퓨터와 연결, 뇌전증과 우울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 목적의 기술을 개발하려고 인체에 하는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단계이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뇌의 신호를 컴퓨터로 재현하는 것뿐 아니라 영화처럼 뇌 데이터를 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복제된 뇌의 데이터가 기억을 가지고 연산과정을 거쳐 생각을 한다면 인간 영생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꿈꾸는 영생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것처럼 허황되다. 복제된 뇌 데이터가 지금도, 앞으로도 진짜 나일까?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의 생각들이 시뮬레이션 세상을 떠돌고 인조인간이 나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SF 영화의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시대다. 


새끼의 새끼의 새끼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오래 투병하셨던 우리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후회되었던 것은 미리 너무 귀여운 아기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는 핑계였고, 아쉬움도 때가 있다. 시절에 맞는 후회가 온다. 증손주를 보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손주가 늦게 찾아오는 요즘엔 그런 느낌을 갖는 어르신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감히 상상해 보는 새끼의 새끼의 새끼를 보는 감정은, 지금 내가 부모가 되어 갓 느끼는 충만한 행복이 더 넓은 그릇에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다. 봄날의 햇살처럼 찾아온 아기를 여름날 뜨거운 태양아래 땀 흘리며 키워내고, 가을의 열매로 성장의 기쁨을 느끼고, 겨울 찬바람에 쓸쓸함을 다스리다가, 다시 찾아온 봄날의 햇살이 더 따스하게 내려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 외할머니는 뉴럴링크 프로젝트가 발전해서 뇌를 복제할 수 있는 현실이 온다고 했을 때, 그것이라도 바라셨을까. 어떻게든 살아서 사랑하는 자식들 보고 싶어 하셨을 것 같다. 할머니는 손주의 어떤 성공 소식보다도 가끔 가는 연락을 더 반가워하셨다. 연락할 때마다 연락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당신이 곁에 있어도 당신이 그립다는 시 같은 말이었다.


뉴럴 업데이트


뇌라는 신의 영역을 복제하는데 도전하는 인간. 거대한 우주의 끌어당김은 이미 생명으로 나타났다. 신의 영역은 이미 'being'으로 드러나있다. 그래서 우주가 이미 원하는 것은 존재로써 이루어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감사로 이루어져 있고, 살아있다면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다른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존재보다 훨씬 가벼운 것들에 가장 무거운 목숨을 건다. 


뇌라는 존재의 복제를 시도하더라도, 행동하는 의식의 'doing'은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매일 변하는 나, 뇌 가소성으로 변하는 뇌의 창발적 활동은 복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뇌를 복제하고, 아이가 생긴 상황을 업데이트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아이가 생긴 나의 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내 새끼를 낳으며 달라진 생각들과 감정은 도저히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 그전과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낳고 의식의 주체로서의 정체성이 달라졌고, 우리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들도 그럴 것이다. 


아이를 낳고서, 나는 아이를 책임져야 하니 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세상에 귀한 내 핏줄을 남겼으니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공존했다. 그러니 뇌를 복제하는 기술 따위는 신기하지만 내겐 필요 없다. 그리고 돌아가신 가족어르신의 명복을 더, 진심으로 빌어드리게 되었다. 이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서. 그분이 없었더라면 그분의 DNA를 가진 나도 없었고, 우리 아기가 있는 이 아름다운 세계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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