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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Apr 22. 2023

딸이 입원을 한다


야속한 주말이다.

새 차를 구매하고 사이드스텝까지 요란하게 장착한 나는 보란 듯이 놀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아이가 눈이 너무 부었다. 부은 눈에서 샘물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딸아이는 '땀'이라고 했다.

"아빠, 땀이나"


안과 진료를 마치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진단서를 받고

무거운 마음이지만 맘스터치에서

배고플까 봐 치킨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 딸은 웃으며


부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곤 땀이라 했다.


덥지도 않은데

왜 땀이라 했을까



다섯 살의 세계에서는

슬픔이란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아무리

눈에서 흐른다고 해도

눈물이라고 부르지 않나 보다.



아내가 둘째와

대학병원이란 말을 듣고

놀라서 햄버거 가게로 왔다.



그리고 다 같이

대학병원에 온 게 11시 45분쯤.



코로나 검사(PCR),

피검사,

CT 촬영을 위한 링거 맞기,

엑스레이 검사까지


검사만 2시간이

소요되었다.


안과의사를 만나고

안과적으로는 다행히

큰 증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CT상으로

부비동염(축농증)이 심해


응급의학과 의사가

입원을 결정했다.



입원을

꼭 해야 할까



아이의 증세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우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슬픔의 파도가

무너져 내린

마음의 성벽을


오래오래

덮을 것 같았다.




입원 수속을 밟는다.


다음 주 금요일이면

출국 수속을 밟고

일본에 가려 하는데


그때까지

나을 수 있을까,


슬픈 눈으로

시무룩해있던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금요일

영상통화에서


반가운 나를 보고는

"빵꾸똥꾸 아저씨"라고 말하던

우리 딸,


귀여운 우리 딸,

말도 잘 듣고

동생에게 져주는

착한 우리 딸,


열 가지 설명도

부족한 사랑스러운

우리 딸,



아내와

입원실에

들어간

우리 딸이


잠시지만

너무 보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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